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참관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번엔 식료품 공장 현지지도에 나섰다. 남측에서 한미 공군 간 최대 규모의 훈련(비질런트 에이스)이 실시되는 시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6일 김 위원장이 양강도의 삼지연군에 새로 건설한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1월 김 위원장의 지시로 건설된 이 공장에서 김 위원장은 “감자 산지인 삼지연군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일떠세운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돌아보니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인민들에게 맛 좋고 영양가 높은 감자 가공품을 더 많이 안겨주시려고 마음 쓰신 위대한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께 현대적인 감자가루 생산공장을 이미 전에 건설하여 보여드리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라고도 했다. 백두산 일대인 삼지연은 북한에서 김일성의 혁명활동 성지이자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지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행보가 새삼 주목되는 것은 화성 15형 발사 전후 그의 공개 행보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화성-15형 발사 하루 전날 김 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의 메기공장을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겉으로는 평범한 현장 시찰이었으나 실은 전략도발을 위한 위장 행보였던 셈이다.
이번 감자가루 공장 시찰 전에도 북한은 3일 김 위원장이 미사일 이동식발사차량(TEL) 타이어를 생산하는 자강도 만포시 소재 압록강타이어공장을 시찰했다는 소식을 공개했다. 그가 최근 자강도와 양강도 등 북부 지역에 머무르고 있다는 뜻으로 F-22 랩터 전투기 등 스텔스기 24대와 B-1B 전략폭격기 편대가 참여한 한미 공군 훈련을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반면 화성-15형 발사로 대형급 도발을 일단락 짓고 본격 민생행보에 나선 것이란 시각도 동시에 나온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애민 지도자상을 드러내려는 것”이라며 “자신의 지시(감자가루 공장 건설)가 이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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