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하기도 전에 2쇄를 찍은 시집이 나왔다. 50명의 시인이 함께 쓴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다. 문학동네 시인선 100번 기념 티저 시집으로 출간된 이 책은 10~20대 젊은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출간 사흘 전인 지난 4일 이미 5,000부를 찍었다.
인기 비결은 파격적인 기획에 있다. 통상 문학출판사 시인 기획시리즈의 경우 100호, 200호 등 기념할 만한 순서가 될 때마다 기존 시집의 대표작을 엮어 펴냈지만, ‘너의 아름다움…’의 경우 앞으로 시집을 낼 시인들의 신작을 엮었다. 문학동네 김봉곤 편집자는 “문학동네 시인선 시집 계약을 한 시인 중 시 청탁을 제외한 일부를 빼고 모두 신작시를 실었다”며 “낭독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회자되면서 인기를 얻지만 아직 첫 시집이 나오지 않은 신인들의 시가 단행본으로 묶이면서 예약판매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첫 시집이 나오지 않고 이번 출판에 참여한 시인은 20명에 이른다. 앞으로 문학동네 시인선을 통해 시집 낼 시인들의 면면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인기 요인으로 보인다.
‘너의 아름다움…’에는 이병률의 시 ‘가을 나무’, 문태준의 시 ‘입석’ 등 중견 시인들의 신작 시, 산문과 함께 아직 시집을 내지 않았지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구현우의 시 ‘공중 정원’, 박세미의 시 ‘11구역’, 최현우의 시 ‘위대한 신비 인디언’ 등 신작 시와 산문이 실렸다. 문학동네로 등단한 홍지호(2015), 황유원(2013) 등의 신작도 볼 수 있다.
‘손이 시려웠겠습니다 발이 시려웠겠습니다/ 눈이 머리 위에 조금씩 쌓이는 군요// 청년들이 폭죽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잠깐 불빛에 시선을 두지만// 여기를 봐야지// 누군가 셔터를 누릅니다’ (홍지호 ‘동화’)
100번 시집은 기존 문학동네 시인선의 방향을 보여준다. 2011년 문학동네 시인선 첫 출간 당시 기획을 총괄한 김민정 난다 편집장은 “수십 년 시집 낸 출판사들의 시인선과 차별화하기 위해 ‘젊은 감각’을 내세웠다. 신인들의 첫 시집으로 승부수를 띄웠다”고 말했다. 99번까지 문학동네 시인선을 통해 첫 시집을 낸 시인이 조인호, 정한아, 이은규, 민구 등 28명이다. 이중 발간 5년 만에 9만5,000부를 인쇄한 박준의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 며칠을 먹었다’를 비롯해 서대경의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허은실의 ‘나는 잠깐 설웁다’ 임경섭의 ‘죄책감’ 신철규의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등 2010년 전후 등단한 시인들의 첫 시집이 줄줄이 성공했다.
문학동네는 100번 기념 티저 시집에 이어 99번까지 출간한 시집 속 대표작을 엮은 ‘키워드 시집’을 내년 1월 출간할 예정이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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