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한국을 사실상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에 올린 사실이 확인되자, 정부가 “조세주권을 침해한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6일 “EU의 결정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고, 국제적 합의에도 위배되며, 조세주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 등 외신은 EU가 한국을 17개국을 조세회피처 블랙리스트 국가로 지정했다고 보도했다. EU는 5일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참석한 재정경제이사회를 열어 한국 파나마 바레인 튀니지 몽골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비협조적 지역(non-cooperative jurisdiction)으로 지정했다. 한국의 경제자유구역, 외국인투자제도 등의 세제지원이 유해조세제도(제도의 투명성이 부족하거나 차별적 조세혜택을 주는 것)라고 본 것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EU의 조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주요 20개국(G20)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국제적 기준을 위배한 것”이라 반박했다. OECD와 G20이 조세회피 관련 행위를 평가할 때는 그 적용 대상을 금융업이나 서비스업 등 이동성이 높은 분야로 한정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의 외국인 투자 지원제도는 제조업에 기반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또한 EU는 올해 2월 OECDㆍG20 회의에서 두 기관의 유해조세제도 평가 결과를 수용하기로 약속했지만, 이번에 이 약속과 다른 결정을 내려 국제적 합의를 어겼다. 이번 조치에 앞서 한국 정부가 EU에 “내년까지 EU와 공동으로 현행 제도를 분석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EU는 “개정 또는 폐지 약속이 없었다”며 명단 지정을 강행했다.
기재부는 “EU 회원국이 아닌 국가에 EU 자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조세주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평가 과정에서도 한국에 설명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교부 등과 협의해 EU 결정에 범정부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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