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 최장수 현역의원이자 흑인으로서는 역사상 가장 오래인 52년간 하원에서 근무한 존 코니어스 주니어(88) 민주당 하원의원(미시간)이 5일(현지시간) 정계은퇴를 발표했다. 코니어스 의원은 자신의 사무실 직원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의 대상이 돼 지난달 민주당 법사위 간사직을 사퇴한 상태였다.
코니어스 의원은 이날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도중 지역 라디오방송과의 전화연결에서 “오늘 은퇴한다”라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그는 성추행 의혹을 일관되게 부인했으며 자신의 아들 존 코니어스 3세가 의원직을 이어 가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지금 겪고 있는 일로 코니어스의 이름을 더럽힐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폭로 이후 코니어스의 가족은 그가 병원에서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요양 중이라고 밝혔다.
코니어스는 1964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지역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이래 소외된 디트로이트의 흑인 사회를 대변하며 미국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정치운동을 벌여 왔다. 의회 내 흑인 모임인 ‘흑인 코커스’의 창설자 중 한 명이며, 백인에게 버스 자리 양보를 거부한 것으로 유명한 운동가 로자 파크스를 특별보좌관으로 채용한 경력도 있다.
그러나 지난 2015년 하급직원의 성폭력 고발을 막기 위해 합의금을 지불하고 이를 퇴직금으로 위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와 폴 라이언 하원의장 등이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코니어스 본인은 “성추행 주장이 어디서 나오는지조차 모른다”라고 주장했다.
코니어스 의원이 후계자로 지명한 아들 존 코니어스 3세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미국 언론 허핑턴포스트의 기고란에 그는 “디트로이트 최초 소수자 운영 헤지 펀드의 파트너”이자 “다수 전문 분야를 지닌 컨설턴트”로 소개됐다. 한편 코니어스 의원의 종손인 이언 코니어스(29) 현 미시간주 상원의원도 의석 도전을 희망하고 있어 후계자 자리를 놓고 ‘코니어스 내전’이 진행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편 앨 프랭큰 민주당 상원의원과 블레이크 패런솔드 공화당 하원의원, 루번 키윈 민주당 하원의원 등도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다. 반면 미성년자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후보 로이 무어는 선거를 대략 일주일 앞둔 4일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전국위원회(RNC)의 지지로 탄력을 받는 상황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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