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기자 北 동해안 지역 촬영
소달구지, 땔감 등 낙후성 여전
아사히 “평양도 전력부족 신음”
‘수레로 땔감을 실어 나르고 추운 겨울에도 개울가에서 채소를 씻는다.’ 1960~70년대 우리나라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하지만 북한 농촌마을의 시계는 지금도 우리의 그 시절에 멈춰 있다.
북한 지방도시의 낙후성과 주민들의 고단한 생활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공개됐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4일(현지시간) 에드 존스 AFP통신 사진기자가 지난달 20~25일 허가를 얻어 원산과 함흥, 청진, 나진ㆍ선봉 등 북한 동해안 지역을 찾아 촬영한 사진을 통해 당국의 선전과는 너무도 다른 주민들의 삶을 전했다.
지난달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하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축포를 터뜨리고 시민 수천명이 거리로 나와 군무(群舞)를 추는 등 수도 평양의 호화로운 경축 행사 모습을 외신에 공개했다. 그러나 존스 기자가 함흥을 방문했을 때 펼쳐진 풍경은 평양과는 딴판이었다. 번쩍이는 고층건물은커녕, 포장된 도로조차 발견하기 어려웠다. 배추를 잔뜩 실은 손수레를 끌고 가는 여성들도 눈에 띄었다. 평양에 이은 북한 제2의 도시 함흥이 이 정도였다.
도시를 벗어나 농촌마을로 들어가면 세월을 더욱 거스른다. 영하의 날씨에도 김장 준비를 위해 개울가에서 배추를 씻고, 등에 볏짚을 둘러메고 이동하거나 소달구지를 끌고 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병진 정책’이란 이름 아래 핵무기와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김정은 정권의 체제 선전과 달리 사진 속 주민들은 여전히 힘겹게 살고 있었다.
심지어 평양 역시 겉모습만 화려할 뿐,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은 5일 북한소식통을 인용해 “해가 지면 김정은이 중시하는 평양 여명거리, 미래과학자 거리 등은 밝지만 일반 시민이 많이 사는 평양 동부 지역은 어둠 속에 갇힌다”면서 “‘빛의 대조’가 명확하게 드러나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정권이 시장경제 일부 요소를 도입한 탓에 빈부 격차가 커지고 전기료도 올라 돈이 없는 주민은 전기를 쓸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한국 분석가로 일한 정박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WP에 “북한 주민들은 정권이 약속했던 경제성장의 결과를 뭐라도 봤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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