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통일신라시대 승단 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으로 만든 도장 2점이 출토됐다.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척시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인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지난 8월 한 변의 길이가 5.1㎝인 정사각형 청동인장 2점이 나왔다. 4호 건물지에 나란히 묻혀 있던 두 인장은 모두 완전한 형태가 남아 있었다.
이 중 인장 한 점은 청동으로 만든 인장함에 보관된 상태였다. 지난해 9세기에 제작된 청동정병 2점이 나왔던 흥전리 사지에서 청동인장이 출토되면서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이 절의 위세가 매우 높았다는 근거가 추가됐다. 두 청동 인장은 글자를 양각으로 새긴 형태가 특징이다. 끈을 매달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손잡이가 달렸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청동인장 중 한 점에 새겨진 글자를 ‘범웅관아지인’으로 판독했다. 범웅은 ‘석가모니’를 뜻하기 때문에 ‘법웅관아지인’은 석가모니 관아 도장이라는 의미다. 이 인장의 서체는 중국 당나라의 관청 도장인 관인에 많이 사용된 구첩전(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 형태로 평가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청동인장은 경주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것과 손잡이와 명문 서체 등 전체적인 형태와 크기가 매우 흡사하다”며 “‘범웅관아’라는 명문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 조직과 국가와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사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장에는 ‘만’(卍) 자처럼 획을 여러 번 구부린 추상적 무늬인 기하문이 새겨졌다.
청동인장은 인장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에는 통일신라시대에 관인은 국가가 주조했고, 고려시대에도 국가가 지방 주군의 승관인을 거둬들이는 등 관인을 직접 관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흥전리 절터에서는 또 간장, 된장 등을 담은 항아리를 보관하는 장고 터도 확인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이 건물지에는 항아리 12개를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통일신라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 경주 황룡사지 유적 등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강원도에서는 처음이다.
통일신라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흥전리 사찰은 고려시대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부터 진행 중인 발굴조사에서 금당지, 탑지 등 주요 시설이 확인됐다. 신라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국통’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문 조각,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등 중요 유물도 나왔다.
삼척시는 내년 2월 흥전리 사지의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