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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절터에서 통일신라 청동 도장 출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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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척 절터에서 통일신라 청동 도장 출토

입력
2017.12.0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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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발굴된 청동 도장. 문화재청 제공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발굴된 청동 도장. 문화재청 제공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통일신라시대 승단 조직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으로 만든 도장 2점이 출토됐다.

5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삼척시청과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인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지난 8월 한 변의 길이가 5.1㎝인 정사각형 청동인장 2점이 나왔다. 4호 건물지에 나란히 묻혀 있던 두 인장은 모두 완전한 형태가 남아 있었다.

이 중 인장 한 점은 청동으로 만든 인장함에 보관된 상태였다. 지난해 9세기에 제작된 청동정병 2점이 나왔던 흥전리 사지에서 청동인장이 출토되면서 아직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이 절의 위세가 매우 높았다는 근거가 추가됐다. 두 청동 인장은 글자를 양각으로 새긴 형태가 특징이다. 끈을 매달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손잡이가 달렸다.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발굴된 청동 도장. 문화재청 제공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에서 발굴된 청동 도장. 문화재청 제공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청동인장 중 한 점에 새겨진 글자를 ‘범웅관아지인’으로 판독했다. 범웅은 ‘석가모니’를 뜻하기 때문에 ‘법웅관아지인’은 석가모니 관아 도장이라는 의미다. 이 인장의 서체는 중국 당나라의 관청 도장인 관인에 많이 사용된 구첩전(글자 획을 여러 번 구부려서 쓴 전서체)의 초기 형태로 평가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 청동인장은 경주 황룡사지에서 출토된 것과 손잡이와 명문 서체 등 전체적인 형태와 크기가 매우 흡사하다”며 “‘범웅관아’라는 명문은 통일신라 시대 승단 조직과 국가와의 관계를 규명하는데 중요한 사료”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인장에는 ‘만’(卍) 자처럼 획을 여러 번 구부린 추상적 무늬인 기하문이 새겨졌다.

청동인장은 인장사 연구에 매우 중요한 자료다. ‘삼국사기’와 ‘고려사’ 등에는 통일신라시대에 관인은 국가가 주조했고, 고려시대에도 국가가 지방 주군의 승관인을 거둬들이는 등 관인을 직접 관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흥전리 절터에서는 또 간장, 된장 등을 담은 항아리를 보관하는 장고 터도 확인했다.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이 건물지에는 항아리 12개를 묻어 사찰음식 재료를 보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통일신라시대 건물지는 남원 실상사, 경주 황룡사지 유적 등에서 나온 적이 있지만 강원도에서는 처음이다.

통일신라시대 영동지역 불교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흥전리 사찰은 고려시대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부터 진행 중인 발굴조사에서 금당지, 탑지 등 주요 시설이 확인됐다. 신라시대에 왕이 임명하는 승단의 최고 통솔자인 ‘국통’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문 조각,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깃발) 등 중요 유물도 나왔다.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의 청동 도장 발굴 모습. 문화재청 제공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의 청동 도장 발굴 모습. 문화재청 제공

삼척시는 내년 2월 흥전리 사지의 보존과 활용 방안에 대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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