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핵 전력 앞서고도 소련은 냉전 패배
미국의 안보정책 전반의 대전략이 결정타
치밀한 대북 압박, 전쟁방지 노력 긴요해
1957년 10월,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고 이어 대륙간 탄도탄 개발에도 성공했을 때, 그 지도자와 국민들은 미국과의 체제경쟁에서 승리했다는 자신감을 가졌던 듯하다. 2년여 뒤인 1960년 1월에 행한 연설에서 흐루시초프가 장차의 전쟁은 핵과 미사일을 사용한 총력전쟁이 될 것이며, 소련은 핵미사일 전력을 증강하여 상대를 절멸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냉전의 승리자는 소련이 아닌 미국이었다.
한때 상대를 위압하는 군사력을 개발하고도 냉전기의 체제 경쟁에서 소련이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대국의 흥망’에서 경제력에 비해 군사력이 과도하게 팽창할 때 역사상의 강국들이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냉전기의 역사를 살펴보면, 스푸트니크 충격 이후 미국이 안보정책 전반에 걸쳐 추진한 대응 정책이 궁극적으로 미소 간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았나 여겨진다.
당시 맥스웰 테일러 등 미국 전략가들은 소련이 도발할 수 있는 분쟁 유형을 핵전쟁, 재래식 전쟁, 게릴라 전쟁 등으로 유형화하여, 각 유형에 대응 가능한 무기체계 개발과 부대 개편을 추진했다. 월트 로스토우 등은 제3세계 지역에서의 공산주의 세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 평화봉사단 결성 등을 포함한 국제개발지원 프로그램 강화를 주장했다. 케네디 대통령은 이러한 모든 정책들을 유연반응전략으로 총괄하면서 실행에 옮겼다. 존슨, 닉슨으로 이어지는 후임 행정부들도 대체로 이러한 대소 전략의 틀을 일관성 있게 견지했다. 스푸트니크의 충격에 침착하게 대응한 미국의 대전략 수행이 궁극적으로 냉전기의 승패를 가른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지난 11월29일에 발사된 화성 15형 미사일은 스푸트니크 충격을 방불케 하는 파장을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던지고 있다. 북한 매체들은 경축 무드 속에 “국가 핵무력 완성”을 호언한 지도자의 평가를 보도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탄도미사일이 미국 전역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경계와 긴장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스푸트니크 이후의 역사가 보여주듯,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북한의 전략무기 능력 강화는 오히려 북한의 체제를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그러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우리의 대전략을 착실하게 강구해야 한다. 우선 문재인 대통령이 100대 국정과제 책정 등을 통해 표명한 국방정책의 과제들, 즉 킬체인이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대북 응징보복능력의 강화 등 대북 3K 체제를 구축하고, 그를 실행하기 위한 전담 조직으로서의 전략사령부 창설 등 자주국방 차원의 국방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국방개혁위원회도 조속히 가동시켜야 한다.
독자적 핵무장이 곤란한 상황에서 동맹국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과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높여 나가야 한다. 항모 전단이나 B-1B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수시 전개와 병행하여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일본 등과도 안보협력의 범위를 확대하여 확장억제의 신뢰성을 더욱 높이는 노력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주변국들과의 활발한 안보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증대에 대응하는 국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동시에 쌍방의 군사행위가 한반도 우발적 분쟁사태로 비화되지 않도록 하는 노력도 경주해야 한다. 나아가 이미 비핵지대를 표방한 동남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제3세계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북한 비핵화를 국제적으로 압박하는 외교도 필요하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능력 고도화로 인해 한반도 안보상황은 밤바다를 항행하는 듯한 불확실성 영역에 들어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대응 여하에 따라 전략무기 개발에만 국력을 쏟아 붓는 전체주의 국가는 결국 역사의 패배자가 될 것이다.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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