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발달이 눈부셔 찬사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면서도 인공지능이 가져다 줄 미래가 우리 인간에게 그리 달갑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있어 지구촌 일각에서는 걱정이 없지도 않다. 그러나 실은 아직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가까운 것은 아니며, 인간이 정말 인간처럼 느낄 수 있는 인공지능이 등장하는 것도 꽤 많은 시간이 지난 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인 듯하다. 필자도 상품화된 언어 인공지능 제품을 몇 가지 체험한 결과, 제품마다 잘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명확히 구분되었다. 다양한 질문과 과제를 던질수록 이러한 한계는 더 명확해졌다. 따라서 언어 인공지능을 인간과 다름없다고 느끼도록 하는 이 분야의 목표가 달성되려면 현 수준을 상당히 끌어올려야 한다는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었다.
그런데 국어 인공지능에 대해서 한 가지만 바란다면, 기본 기능인 우리말을 잘 알아듣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지만 어쩌면 우리말의 미래를 위해 더욱 중요하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은 인공지능이 우리말다운 문장 표현으로 사용자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입력된 특정 시나리오에 있는 몇몇 한정된 표현만 이용하므로 바르지 않은 문장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러나 훈련을 거듭한 인공지능이 무한대에 가까운 언어 자료를 접하고 거의 모든 영역을 섭렵하게 되면 언젠가는 인간처럼 하나의 자극에 대해서도 굉장히 다양한 반응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때 다듬어지지 않은 현실의 언어로 훈련된 결과로 인간 수준의 표정과 몸짓 없이 말만으로 이러한 바르지 않은 표현들을 내놓는다면, 우리말의 정체성과 질서를 흔드는 주범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김선철 국립국어원 언어정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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