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무인도에 일시 정박했던 北선원, TV 등 가정제품 훔쳐”
지난달 27일 시신 8구 발견된 아키타현 오가시, 전부 화장 처리 논란
일본 정부 조만간 北어민 추정 시신처리 원칙 정리 예상
일본 북부 야마가타(山形)현 해역에서 4일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시신 3구가 또 발견됐다. 이들 중 1 명은 김일성 주석 배지를 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난달 29일 홋카이도(北海道) 근처 무인도에 일시 머물렀던 북한 선원들이 관리시설내 TV 등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선박과 시신들이 하루가 멀게 일본 해안으로 떠밀려 오면서 일본 정부가 시신처리와 관련해 조만간 원칙을 세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0분쯤 야마가타현 쓰루오카(鶴岡)시 앞바다에서 일부 백골화된 남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입었고, 1명만 김일성 배지를 가슴에 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일본 해안에서 발견된 북한인 시신 가운데 이처럼 직접 국적을 확인할 물품을 지닌 경우는 없었다. 당국은 2일 인근에 떠내려온 목선과 이들 시신이 관련된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오전 8시30분쯤 아키타(秋田)현 니카호시 해수욕장 근처에서도 백골화된 시신 1구와 목선 조각으로 보이는 나무판자가 발견됐다.
일본은 북한어선 표류 문제를 자국민의 생활권에 직접 영향을 끼치는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경찰 당국은 북한 목선이 지난달 29일 잠시 들린 무인도 마쓰마에코시마(松前小島)의 어협 건물내에서 TV와 냉장고, 세탁기, 이불 등이 사라져 북한 선원들이 이를 훔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현재 이 목선은 인근 하코다테(函館)항으로 예인돼 현장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배의 선원들은 지난 9월 출항해 동해에서 오징어 조업 중 키가 고장나 일본의 무인도에 정박했다. 순시선이 선박 발견 당시, 선원들이 가전제품을 바다에 버리는 모습이 목격됨에 따라 일본 해상보안본부가 3일 현지에 수사관을 보냈고, 선내에서 일부 가전 제품들이 확인됐다고 전해졌다. 선원들은 “악천후 속에 우연히 섬을 발견했고 살기 위해 피난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본으로 밀려드는 북한인 시신의 송환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시신 9구가 발견된 아키타현 오가시(男鹿市) 측은 이를 모두 화장 처리했다고 이날 본보에 확인했다. 지난달 29일 4명을 화장했고 30일에 2명, 1일 2명을 각각 처리해 모두 인근 사찰의 무연고 묘에 안치했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일방적인 시신처리에 대한 근거를 묻자 “시신을 조사한 해상보안부가 이처럼 판단해 해당 지자체인 우리쪽에 알렸으며, 신원확인이 불가능한 무연고자 처리 전례대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일본 당국이 별다른 확인절차 없이 이처럼 북한인 시신을 무연고 처리함에 따라 이후 북한 당국이 시신 확인이나 유골 송환 요청시 북일 간 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북한 적십자측이 간혹 표류로 사망한 북한인 시신 송환을 타진한 적이 있지만 북일 국교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고, 북한도 잇따른 자국민 사망을 인정하길 원하지 않아 실제 시신 처리를 둘러싼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다. 다만 도쿄 외교가에선 “앞으로 북한 주민 추정 시신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일본 정부가 곧 (송환 및 시신 처리 관련)내부 원칙을 세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