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호텔서 긴급 이사회 개최
특별한 안건 결의 없이 종료
양측 갈등의 불씨 그대로 남아
최대주주 권성문(55) 회장과 2대 주주 이병철(48)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KTB투자증권 이사회가 특별한 결의 사항 없이 싱겁게 마무리됐다. 겉으로는 갈등이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갈등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KTB투자증권은 4일 오후5시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긴급 이사회를 가졌다. KTB증권 관계자는 “특별한 안건 결의 사항은 없었다”며 “경영 현황이 보고됐고 이사회도 원만히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날 이사회 소집의 배경으로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을 꼽고 있다. 실제로 이사회는 2시간 반 가까이 이어졌다.
권 회장은 KTB투자증권의 최대주주다. 업계에선 ‘벤처투자의 귀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그는 현재 특가법상 횡령ㆍ배임 및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혐의를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 본사 사무실과 도곡동 자택까지 압수수색 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부하 직원을 발로 차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갑질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 사이 이 부회장은 사내 입지를 다져 왔다.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보유 지분이 5.8%에 불과했던 이 부회장은 꾸준히 장내 주식을 사들여 지난 9월 16.39%(보통주 기준)를 보유한 2대주주에 올라섰다. 최대주주인 권 회장(21.96%)과 지분 차이가 5.57%포인트 밖에 안 난다. 실제 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으로 보면 지난 1년간 권 회장의 지분율은 20.22%로 제자리지만 이 부회장은 12.21%에서 14.00%로 1.79%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기로 한 당시 이사 추천권, 보유 주식에 대한 상호 양도 제한 및 우선매수권 등을 약정했을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 부회장이 들어온 후 실적도 개선됐다. KTB투자증권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7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1억원)보다 79% 늘었다.
회사 지분이 사실상 1대 주주와 2대 주주로 양분된 상황에서 이날 긴급 이사회가 소집되자 일각에선 권 회장이 이 부회장을 몰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지분만 놓고 보면 권 회장이 우위에 있다. 이날 이사회 소집도 권 회장의 측근인 임주재 사외이사(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가 요청했다. 이 부회장의 임기는 2019년 7월까지지만,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대표이사직은 바로 해임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지분을 확대하는 이 부회장의 배후에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0년 하나금융지주에서 부동산그룹장을 지내며 김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KTB에 영입될 당시 김 전 회장이 KTB금융그룹에 함께 합류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양측이 외부의 시각을 의식해 경영권 분쟁을 일단 봉합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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