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류제국(가운데)과 정재훈군(앞)/사진=김정희기자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글러브 좋은 것 쓰네”.
두산 허경민(27)이 유소년 야구 유망주들이 가져온 글러브를 건네 받았다. 직접 글러브를 끼고 이리 저리 살핀 허경민은 “글러브는 안 닦아? 잘 닦아야 돼”라며 사소하지만 꼭 필요한 조언을 했다. 허경민에게 글러브를 보여준 이주업(13ㆍ단월중)군은 “투수인데 치는 것도 좋다”며 제법 진지한 고민도 털어놨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가 주최한 유소년 야구클리닉 '빛을 나누는 날'에 KBO리그 현역 선수들이 대거 등장했다.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행사에는 이대호(롯데), 김광현(SK), 정우람(한화), 이정후(넥센), 구자욱(삼성), 나성범(NC), 유희관(두산) 등 33명이 참가해 초ㆍ중학교 유소년 야구선수 300명과 만남을 가졌다. 행사는 15개 조로 나눠 프로 선수들과 유소년 선수들이 함께 도시락을 먹고 캐치볼 레슨, 펑고 대회 순으로 진행됐다. 현재 야구계를 주름잡는 선수들과 미래를 이끌 유망주들이 만나 서로의 야구를 공유하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두산 허경민(왼쪽)/사진=김정희기자
도시락을 먹는 점심시간에는 웃음꽃이 만발했다. 리틀야구 초등생들과 한 테이블에 앉은 유희관이 “삼촌 누군지 알아?”라고 묻자 “분장 잘 하는 선수”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우승 뒤 세리머니를 본 듯했다. 유희관은 “삼촌이 야구 더 열심히 할게”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옆 테이블에 앉은 류제국(LG)은 “가장 좋아하는 선수”를 물은 뒤 “이대호”란 답이 돌아오자 웃었다. 이대호는 나란히 앉은 어린 여학생에게 “나도 부산에서 왔어. 밥 먹자”라며 친근감을 드러냈다.
LG 류제국(오른쪽)/사진=김정희기자
한화 정근우는 선수 유니폼이 아닌 사복 차림으로 체육관을 찾았다. 아들 재훈(9)군과 함께 참가한 정근우는 “오늘은 학부모”라며 아들 얘기에 금세 환하게 웃었다. 그는 “아들이 취미로 야구를 했는데 내년부터 제대로 야구를 시킬 생각”이라며 “어릴 적부터 아빠가 야구하는 것을 자주 본 게 영향이 컸다. 지금은 야구를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정후만큼 잘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며 웃었다. 류제국에게 투구폼 레슨을 받던 재훈군은 인터뷰를 하는 아빠에게 달려와 “아빠가 멋있다”며 “아빠보다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수줍게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호준(41ㆍ전 NC)도 아들 동욱(9)군과 참가했다. 투수 진해수(LG)와 한 조가 된 동욱 군은 쉬는 시간에 진해수와 나란히 앉아 농담을 주고받으며 야구 얘기를 나눴다.
한화 정근우(왼쪽), 아들 재훈 군(오른쪽)/사진=연합뉴스
쉬는 시간에는 사인 요청이 쏟아졌다. 학생들은 야구공뿐 아니라 자신이 입고 있던 유니폼 상의에 사인을 받았다. 구자욱과 유강남(LG)은 그 중에서도 스타였다. 유강남은 “나는 어릴 적에 이런 기회가 없었다”며 “이왕 야구를 하기로 시작한 거면 집중해서 야구만 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나는 항상 통통했는데 체형이 비슷한 친구들을 보면 잘 해주고 싶다”며 웃었다.
KBO리그 대표 투수들의 원포인트 레슨도 빛났다. 임기영(KIA), 유희관, 류제국, 김윤동(KIA), 이재학(NC) 등은 학생들과 함께 공을 주고 받았다. 김광현은 “캐치볼은 편하게 던지는 거야”라며 진지하게 조언했고 류제국은 “다리는 어깨 너비보다 조금 더 벌려야지”라며 한 사람씩 직접 팔을 잡아 자세를 교정했다.
매년 열리는 ‘빛을 나누는 날’은 지난해 고척 스카이돔에 이어 올해는 인천에서 개최됐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일본에서는 이런 행사를 구단의 지역 연고가 없는 지방에서 연다. 우리도 다양하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행사를 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많았다. TV로만 봤던 롤모델을 직접 본 어린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눈은 반짝였다.
인천=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E-핫스팟] '채수빈에 설레'…'로봇이 아니야' 유승호의 로코 도전
양현종, 생애 첫 GG 품고 또 한 번 '최초'의 역사 쓸까
[인터뷰] 서현 “누구한테 기대냐고요? 소녀시대 언니들 있잖아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