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증원 규모와 최저임금 재정지원 방식 등을 놓고 여야가 논란을 거듭해 온 429조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어제 오후 늑장 타결됐다. 본회의 처리 일정까지 감안하면 2014년 시행된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법정 기일인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 오던 관행을 사흘이나 넘기는 나쁜 선례를 남겼지만 자칫 장기간 표류했을 수도 있는 사안을 이 정도에서 해결한 것은 다행이다. 특히 보수ㆍ진보 진영이 '가치의 문제'라며 네탓 공방만 펼치며 첨예하게 맞서 오던 핵심 사안에서 한발짝씩 물러나 타협점을 도출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향후 공방이 예상되는 개혁입법 처리에도 전범이 되기를 기대한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ㆍ발표한 내용을 보면 공무원 증원의 경우 정부 원안인 내년 1만 2,221명에서 다소 줄어든 9,475명으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막판까지 1만500명을, 자유한국당은 예년 수준인 7,000명을, 국민의당은 9,000명을 주장해 격론을 벌이다 '2018년 공무원 재배치 실적을 2019년 예산안 심의 때 국회에 보고한다'는 조건 아래 접점을 찾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임기 중 17만4,000명 증원에 따른 장기재정 추계 없이 '한해살이 농사'로 끝낸 것은 유감이다. 한국당이 유보 의견을 단 이유다.
최저임금에 따른 영세상공인들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한 일자리 안정자금은 정부 원안(2조9,707억원)대로 하되, 2019년 재정 지원은 2018년 규모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편성하고 직접지원 방식을 근로장려세제 등 간접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내년 7월까지 국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한시적 지원과 간접 지원을 주장해 온 야당 주장을 여당이 수용한 결과다. 이밖에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 인상안은 정부안을 유지하는 대신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25%) 과세표준 구간을 3,000억원 이상으로 조정했다. 야당이 크게 양보한 결과로 보인다.
여야가 합의안 새해 예산안은 세밀한 계수 조정작업을 거쳐 5일 처리될 전망이다. 부처별 배정 등의 절차를 거쳐 새해부터 예산을 집행하려면 일정이 빠듯하지만 예산안 처리가 마냥 늦어져 재정의 효율성이 위협받는 일은 없게 됐다. 우리는 여당의 일방처리와 야당의 실력저지가 반복되는 구태를 막기 위해 여야 합의로 만든 국회선진화법이 정치권에 의해 무력화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누차 강조해 왔다. 그 출발점은 여당이 여소야대의 현실적 벽을 인정하고 야당은 대승적 자세로 나서는 역지사지임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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