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망이 점점 자신을 향해 좁혀오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미연방수사국(FBI)을 공격하고 나섰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팀에 위증 혐의를 인정, 대통령 탄핵도 가능한 ‘사법방해죄’가 거론되자 위기탈출 해법으로 자신과 대립각을 세웠던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 개인을 넘어 FBI 조직에까지 화살을 돌린 것이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트위터에 “코미(의 국장) 재임 이후, ‘거짓말쟁이 사기꾼’ 클린턴 수사를 비롯해 FBI의 명성은 누더기가 됐다. 역사상 최악!”이라고 썼다. “반(反)트럼프인 FBI 요원들이 클린턴의 이메일 의혹을 (봐주기) 수사했다. 이제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는 “나는 코미에게 플린 수사 중단을 요구하지 않았다. 많은 ‘가짜뉴스’가 코미의 또 다른 거짓말을 다루고 있다”는 트윗도 남겼다.
WP는 이 같은 트럼프의 주장에 대해 “플린의 유죄 인정 진술에서 관심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일 위증 등 혐의로 기소된 플린이 “러시아와 지난해 말 접촉한 게 맞다. 트럼프 정권인수위 고위 관계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인정하면서, 특검 수사가 트럼프 본인과 측근그룹이라는 ‘본진’을 정면으로 겨누게 되자 이를 ‘물타기’하려고 FBI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얘기다. NYT도 플린의 협조와 관련, “특검 수사는 러시아와의 공모를 넘어 사법방해와 금융범죄 등으로 확대되는 중”이라며 “백악관 보좌관그룹은 물론, 아마도 트럼프 본인을 향한 사법처리 위험 증가의 신호”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자신을 방어하려고 국가 최고사법기관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문제삼자 ‘선을 넘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전직 FBI 요원인 로버트 E. 앤더슨 주니어는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을 보호하고자 삶을 희생하는 FBI 요원들을 업신여기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에릭 홀더 전 법무장관도 “FBI의 명성은 누더기 상태가 아니다. 지금 백악관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실성과 정직함이 FBI 본부에는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미총기협회(NRA) 측이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정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정황도 새로 드러났다. NYT는 이날 “NRA측 폴 에릭슨이 작년 5월 트럼프 캠프 정책보좌관 릭 디어본에게 이메일을 보내 ‘트럼프 후보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동을 주선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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