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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컨셉일 뿐?” 왜곡된 성인식 심는 성인용품 유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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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컨셉일 뿐?” 왜곡된 성인식 심는 성인용품 유통 논란

입력
2017.12.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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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소재로 한 성인용품이 명동에 위치한 성인용품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이지영 인턴기자
아동을 소재로 한 성인용품이 명동에 위치한 성인용품 매장에 진열되어 있다. 이지영 인턴기자

최근 직장인 이모(27)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 성인용품의 제품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남성용 성인용품이 적나라한 여성 성기모양으로 재현된데다 이 용품의 앞 부분을 찢으면 피를 연상케 한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제품의 SNS 소개 문구에는 일본 성인 동영상의 여배우의 소위 ‘처녀막’을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모씨는 “여성의 성기를 기형적으로 재현하고 여성의 신체를 폭력적으로 상품화했다”며 “특정 인물을 앞세워 신체를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문구가 잘못된 성 지식을 심어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처녀막은 여성의 질 입구를 막고 있는 ‘막’이 아닌 질의 입구 하단부에 동그랗게 테두리를 두르고 있는 얇은 섬유 조직으로 질 ‘주름’이라고도 불린다. 이 해당 게시글의 댓글에선 150여 명의 누리꾼들이 “여성은 처녀여야 하고, 여성의 처녀성이 남성에 의해 파괴돼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여성혐오적 상품“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최근 여성과 아동의 성기 모양을 사실과 다르게 재현한 성인용품들이 유통되면서 잘못된 성(性)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런 성인용품 대부분이 일본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거나 국내에서 불법 복제가 이뤄져 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누리꾼들이 문제가 되는 제품을 비판하고 있다. SNS 캡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누리꾼들이 문제가 되는 제품을 비판하고 있다. SNS 캡처

일단 성인용품 유통업계 측에선 크게 염려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한 성인용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해당 제품을 많이 찾지 않고 온라인으로 소량 판매만 되는 데다 처녀막의 경우 상품을 개봉하는 느낌을 주기 위한 컨셉일 뿐, 성인이 잘못된 지식을 가질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은하선 섹스칼럼니스트는 “현재도 처녀막이 질 ‘주름’이 아니라 파괴할 수 있는 ‘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당 제품은 기존 선입견을 더 고착화시킬 수 있다”며 “특정 인물의 성기를 재현했다는 등 성인식이 왜곡된 성인용품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현실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릇된 성(性) 인식을 고착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온ㆍ오프라인에서 공공연히 유통 중인 ‘로리타(어린 소녀를 성적 대상으로 삼는 것)’를 연상케 한 성인용품들도 아동 성상품화 측면에서 문제적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서울 명동의 한 성인용품 매장을 방문한 직장인 박모(25)씨는 남성용 코너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대부분의 성인용품 포장 겉면엔 ‘로리타’와 같은 소아성애 용어나 아동의 성기를 뜻하는 일본어 및 수동적인 자세를 취한 소녀의 이미지 등이 표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남성 손님들이 로리타를 연상케 한 용품을 많이 찾는다는 게 이 명동 직원의 귀띔이었다. 박모씨는 “여성용 코너에는 장난감 느낌의 성인용품이 많은데 반해, 남성용 코너에는 어린 여성의 그림이나 사진이 노골적으로 들어간 제품이 많다”며 “단순히 ‘로리타’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이 허용이 돼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인용품 통관은 현재 관세법 234조에 따라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ㆍ간행물•도화•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에 한해 수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풍속을 저해한다는 기준이 모호하고 포장 이미지나 문구를 검토하지 않아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다. 관세청 통관기획과 박기현 계장은 “조세심판원과 법원이 ‘장비의 사용이 현실의 욕망으로 이어질 여지가 있는가’를 기준으로 성인용품 심사를 담당한다”며 “현재는 법원이 허가했던 기존 물품과 비슷한 규격이면 수입을 허용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이미 아동 포르노가 성 학대로 연결될 개연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고 아동 성인용품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다”며 “’로리타’를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아동을 이용한 성인용품들이 무분별하게 유통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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