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이용자들은 오래 전부터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적폐가 있다. 바로 포털에서 실시하는 블라인드 조치다. 블라인드는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 또는 음란물 등 청소년 유해정보를 카페나 블로그, 댓글에 게시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도록 포털에서 가려버리는 임시조치를 말한다.
과정 자체는 합법적이다. 정보통신망법 제 44조에 누군가 인터넷 게시물 때문에 권리침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면 포털에서 즉각 다른 이용자들이 보지 못하도록 게시물에 접근 금지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일방적이라는 점이다. 누군가 블라인드 처리를 해달라고 신고하면 포털들은 해당 게시물을 올린 사람의 의견을 듣거나 조정 없이 즉각 차단 조치를 하고 글을 작성한 사람에게 사후 통보만 한다. 사후 통보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인 지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를 고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들이 더러 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다른 시각이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의 주장을 막거나 정치적 또는 사적 이유로 누군가의 게시글에 대해 고의로 블라인드 신청을 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도 포털들은 쌍방의 의견을 청취하거나 사실 여부에 대한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
이후 조치는 더 큰 문제다. 포털 측에서 게시자에게 문제가 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무조건 30일 동안 가려 놓은 뒤 일방적으로 삭제한다. 30일 동안 블라인드 처리를 당한 사람이 이의제기를 할 수 있지만 이후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한마디로 지적재산권이 걸린 타인의 창작물을 임의로 지우는 위법 행위를 하는 셈이다. 이는 명백히 헌법 제 21조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
블라인드 조치 후 게시자에게 수정할 기회를 주지 않는 이유를 카카오에 물어봤다. 이유는 한 가지, “블라인드 조치 상태에서 이용자가 내용을 수정하게 하려면 해당 기능을 별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한마디로 포털이 수정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 번거로워서 표현의 자유와 저작권을 침해하는 위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카카오에 국한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변명이다. 이용자를 끌어 들이고 돈을 벌기 위한 갖가지 기능 및 서비스 개발에 시간과 비용을 아낌없이 투자하면서 당연히 포털의 근간이 되는 이용자의 권리 보호를 외면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포털의 갑질이자 인터넷의 적폐라고밖에 볼 수 없는 블라인드 처리에 대해서는 얼마 전 국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됐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의 신용현 국민의당 의원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포털들이 최근 5년간 시행한 블라인드, 즉 임시조치 건수가 200만건 이상이었다. 2016년에만 45만건의 블라인드 조치가 있었다. 비례해서 이의제기 건수도 증가했다. 2014년 2만1,334건이었던 이의제기는 지난해 4만2,500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그만큼 포털의 블라인드 조치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뜻이다. 신 의원은 “포털의 임시조치가 권리침해에 대한 구제수단이기도 하지만 근거나 사유가 권리침해와 관계없이 이뤄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와 입법기관이 나서서 포털이 무분별한 블라인드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블라인드 조치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8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블라인드 처리된 글의 복원을 다룬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한 적이 있다.
포털도 블라인드 처리 후 표현의 자유와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게시자에게 글 수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포털에 수정 기능을 개발할 의무를 부여하고 사회적 책무인 중립성을 제대로 지키는지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야 한다.
최연진 디지털콘텐츠국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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