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은근슬쩍 사라지는 포인트
클릭 몇번만으로 현금처럼 기부
10만원까진 전액 세공제 혜택에
깨끗한 정치 참여 확대 효과도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 활용의 새로운 방법으로 정치후원금 제도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막상 쓰려니 바쁜 연말연시에 쓸 시간은 없고, 멍하니 바라만 보던 포인트들이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공제 형태로 환급이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서부터다. 관심만 가진다면 매년 사라지는 포인트를 현금처럼 활용하는 쏠쏠한 재테크 방식인 데다 정치 참여 확대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아끼고 아껴 쌓아뒀으나 아무 의미 없이 사라져버린 2016년 신용카드(상위 10개사) 포인트 총액은 2조730억원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벌써 617억원 상당의 포인트가 증발했다. 그런데 신용카드 포인트 전환을 통한 온라인 후원은 지난해 2억2,136만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전체 정치후원금 총액이 531억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전체의 25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를 정치후원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정치후원금센터 홈페이지(www.give.go.kr)에 접속한 뒤, 후원금 칸을 클릭하고 간단한 인적 사항을 기재한다. 이후 결제수단을 신용카드 포인트로 선택하고 액수를 정하면 그만이다. 차후 세액 공제를 위한 수탁증 출력만 잊지 않으면 된다. 신한ㆍ롯데카드의 경우는 자체 홈페이지에서도 비슷한 순서로 포인트 기부가 가능하다.
후원금을 내는 방식도 다변화하고 있다. 선관위는 2012~14년 신용카드사와 잔여 포인트로 정치후원을 가능하게 한 데 이어, 2015~16년 카카오 페이와 페이코 등에 대한 모바일 홈페이지도 구축했다. 올해에는 네이버 페이로도 정치후원이 가능하도록 협약을 체결했다. 이 외에도 페이나우와 핸드폰 소액 결제 등으로도 정치후원을 할 수 있다.
다만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가 1만원 이하일 경우에는 후원금 전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만약 잔여 포인트가 5,500원이라면 나머지 4,500원은 신용카드로 물건을 사듯 결제하고, 1만원을 세액공제를 통해 환급 받는 식이다. 10만원까지는 이 같은 방식이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또 10만원을 넘어설 경우 초과분에 대해선 15%의 추가 세액공제를 해주고, 후원금 총액이 3,000만원을 넘어서면 25%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
30대 직장인 A씨는 “연말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신금융협회의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 사이트에 들어가 확인해보니 미처 몰랐던 카드 포인트가 많았다”며 “생각보다 쉽고 빨리 정치후원금 기부가 가능했고, 나중에 10만원의 세액공제로 환급된 것을 보는 뿌듯함도 쏠쏠해 주변 동료들에게 강력 추천을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을 못하도록 규정된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원들은 선관위에 정치자금을 기탁하는 방식으로 신용카드 포인트 사용이 가능하다. 기탁금 기부는 선관위가 공무원 등에게 받은 기탁금을 대표로 수령해 정당에 전달하는 제도로, 기부자와 기부 정당 사이의 청탁 폐해를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기탁금 기부 역시 정치후원금센터를 접속하는 등 방식은 일반 후원과 같으며, 세액공제 혜택도 동일하다.
15년 째 기탁금을 내고 있는 모 지방자치단체 8급 공무원 B씨는 “정치에 참여하고 싶지만 공무원이라 국회의원에게 직접 기부가 안 돼 기탁금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은 결국 국민들에게 피해로 돌아오기 때문에, 공무원도 기탁금 제도를 활용해 정치권을 깨끗이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관위는 “신용카드 잔여 포인트를 통한 후원금 기부는 1석5조”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매년 사라지는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한다는 점에서 경제 활성화가 되며, 세액공제 혜택에 정치 참여 확대의 기능도 있다”며 “또 카드 포인트 활용을 통한 기업의 사회공헌도가 높아지며, 최종적으로는 증가한 후원금으로 다양한 정책개발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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