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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와 급유선이 경쟁하듯 오가... 사고 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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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와 급유선이 경쟁하듯 오가... 사고 날 줄 알았다"

입력
2017.12.03 18: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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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원인 분석

폭 200m 협수로에서 주말 새벽

50여대 어선 등 항로에 몰려

썰물 땐 지름길 같이 다녀 ‘아찔’

선장들 “낚싯배 이른 출항 문제 해경에 급유선 통행 항의 묵살돼”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진은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는 모습. 인천해경 제공
3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영흥면 영흥대교 남방 2마일 해상에서 낚싯배가 급유선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진은 사고 해상에서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하는 모습. 인천해경 제공

“급유선이 사고해역 협수로를 드나드는 걸 보면서 큰 사고 한 번 날 줄 알았어요.”

3일 오후 인천 옹진군 영흥도 진두선착장 인근 영흥선주협회 앞. 이날 새벽 진두항 남서쪽 약 1해리 해상에서 일어난 9.77톤급 낚싯배 선창1호와 336톤 급유선 명진15호의 충돌사고 소식을 듣고 이곳에 모인 10여명의 선장들은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선장들 대부분은 “좁은 협수로에 급유선과 낚싯배가 서로 경쟁하듯 오가면서 충돌 위험이 컸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오전 7시부터 사고 해상에 구조작업을 나갔다가 오후 5시쯤 진두선착장에 들어선 선장 김진석(38)씨는 “(급유선이) 지름길을 찾아 협수로에 드나드는 걸 보고 사고 위험이 커 어민들이 해경에 꾸준히 항의해왔으나, 제지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선장 이승현(46)씨는 “급유선이 선체가 크다 보니 평소 ‘부딪힐 것 같으면 너희(낚싯배)가 피해 다니라’는 식으로 운행해 위협을 느껴왔다”고 했다.

영흥선주협회에 따르면 사고해역은 폭 200m 정도의 협수로로 주말 하루 새벽 50여대 어선과 낚싯배가 드나들고, 급유선 등 큰 배들의 항로와도 겹쳐 새벽 운항에는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다. 밀물과 썰물 때 수심이 9~10m 차이가 나면서 썰물 때에 가까웠던 사고시각엔 모래언덕 등이 곳곳에 드러나 배가 다닐 수 있는 길이 훨씬 좁아진다는 것이다. 최소 한두 시간 이동해 먼 바다 ‘포인트(어군이 모여있는 지점)’로 데려다 줘야 하는 낚싯배와 상대적으로 큰 배인 급유선이 위험한 지름길을 같이 다녀 사고위험이 높았다는 얘기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둘째 치고서라도 피해가 커진 데는 낚싯배들의 ‘이른 출발’ 관행도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선창1호가 출항시각 위반이나 정원초과 등 규정 위반 정황은 현재 드러나지 않았지만, 동 튼 뒤에만 출항했다면 충돌 자체부터 피할 수 있었단 얘기다. 선창1호 선장 오모(69)씨의 동료 선장 이모(62)씨는 “오씨는 이 곳에서 40년 이상 배를 몰아온 사람으로, 이 근처 바닷길이라면 눈 감고도 운항할 사람”이라면서도 “어두운 시간에 갑자기 기상이 안 좋아져 큰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아무리 선상레이더와 위성위치파악시스템(GPS)이 잘 갖춰졌다 해도, 육안으로 보는 것만큼 정확할 순 없다”며 “동 트기 전부터 출항을 허가하는 관행은 분명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선장 및 선원의 안전규칙 고지 누락이나 승선자 부주의 등 만성적인 선상 안전불감증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업에 종사하는 영흥도 주민 박모(58)씨는 “해경이 세월호 참사 이후 출항 전 승선자들의 구명조끼 착용 여부 등을 더 꼼꼼히 확인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사고 시 대피요령이 고지되지 않는 등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고 했다. 최근 인천항을 통해 바다낚시를 다녀왔다는 김동영(31)씨는 “승선자들이 출항 뒤엔 구명조끼를 벗어두거나, 선상에서 음주를 벌이는 등 그릇된 낚시문화가 여전하다”며 승선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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