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 전통성 그대로 살려
시민들과 문화적 향기 공유
나혜석 전시홀ㆍ한림도서관 등
설계의 상상력으로 도시 창조
지난 2015년 10월 경기 수원시에 최초의 시립미술관이 들어섰다. 120만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수도권 대도시임에도 변변한 시립 미술관 하나 없었던 곳에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SIMA)을 지어 기부한 주인공은 현대산업개발이다. 그 동안 지역사회로부터 받은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 인근 6,400㎡의 부지에 자리잡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총 공사비 300억원, 공사기간 16개월이 소요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 준공한 뒤 미술관에 대한 모든 소유권을 수원시에 기부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연면적 9,662㎡,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전시실 3개소, 카페테리아, 포니정홀 등이 조성돼 있고, 2층에는 전시실 2개소, 전시홀 2개소, 교육실 2개소, 아트앤디자인 라이브러리 등이 들어서 있다. 시민들의 휴식공간과 전망대로 활용할 수 있는 미술관 옥상의 개방형 정원은 관람시간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어 화성의 정취를 느끼고 주변 경관과 소통할 수 있는 쉼터로 자리 잡았다.
‘전통과 현재가 소통하는 곳’이란 주제로 건립된 이 미술관은 화성의 전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주변경관과 어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현대적 느낌의 미술관이 자칫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의 경관을 해쳐선 안 되기 때문이다. 진회색 계열의 송판무늬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상층부도 한옥의 처마처럼 비스듬한 곡면 스카이라인을 살려 행궁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특히 미술관 전면에 확 트인 투명창을 적용해 관객들이 전시품을 관람하며 동시에 화성행궁과 광장을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했다. 문화재로 대변되는 과거와 미술관 전시품이 표현하는 현재를 통해 시공간을 초월한 소통을 의도했다. 이외에도 옛길을 최대한 살려 광장으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동선을 연출, 관람객들의 발길이 자연스레 미술관에서 광장으로 향하도록 했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낙후된 구도심을 부흥시키는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미술관이 위치한 신풍지구는 과거엔 수원시의 상업과 문화 중심지였다. 그러나 수원 화성이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뒤 도시 개발이 제한되고 행궁 복원사업까지 진행되며 한 때 3만명이 넘던 행궁동 인구는 이미 1만여명으로 줄어든 상태다. 전체 건축물의 85% 이상이 노후 건축물에 해당될 정도로 낙후됐다.
이에 수원시는 수원화성 내부 도심을 역사기반의 문화관광벨트로 구축하는 ‘수원화성 르네상스사업’에 착수했다. 그 중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세계문화유산인 화성행궁과 팔달문 시장 등과 연계해 ‘화성 르네상스’의 거점으로 원도심을 재생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미술관은 상권 중심축이 이동하고 시민 발길이 뜸해진 곳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시재생뉴딜사업을 기획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위원들은 지난 6월 수도권 도시재생사업의 우수사례로 수원 행궁동 일원 도시재생지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단순히 건축물을 시공하는 게 아니라 지방정부와 손잡고 하나의 건축물을 도심 재생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노력은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의 행보는 미술관 건립과 기부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후에도 현대산업개발의 지원은 계속 이어져 지난 6월에는 ‘나혜석 전시홀’을 조성해 기증했다. 나혜석 작가는 수원에서 태어나 근대적 여권운동에 앞장선 신여성이자 한국 최초의 여성 유화가다. 현대산업개발은 미술관에 나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상설 공간을 만들고 그녀의 작품 ‘나부(1928년작)’ ‘자화상(1928년작)’ ‘김우영 초상(1928년작)’ ‘학서암염노장(1938년작)’까지 총 4점을 기증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전국 곳곳에 예술작품과도 같은 건축물을 잇따라 건립하며 도시의 미관과 문화를 바꾸는데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설계의 상상력을 건설로 실현시키는 도시 창조자로,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복합 프로젝트를 펼쳐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의 나눔 활동은 최근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15일 서울 후암동에서 ‘사랑의 김장 나눔’ 행사를 가졌다. 임직원 30명이 참가해 직접 김치를 담그고 추가로 김치 450박스를 구매해 지역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남수연 사원은 “태어나서 이렇게 많은 김치를 담근 건 처음이라 몸이 너무 고됐지만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김치를 받으러 오신 모습을 보니 놀랍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현대산업개발은 올 한해 동안 낙후된 이태원 골목을 아름답게 꾸미는 사랑의 벽화 그리기, 효창동 쪽방촌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환경 개선사업,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 봉사 및 생활용품 상자 전달 등 지역 주민과의 다양한 만남을 펼쳐왔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앞으로 임직원과 지역주민이 만나는 접점을 더욱 늘려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역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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