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도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는 세계적인 명문 오케스트라가 둘 있다.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빈 심포니는 이 도시 양대 악단으로 꼽힌다.
빈 심포니가 1996년 첫 내한 이후 21년 만에 한국에서 연주한다. 빈 심포니 음악감독인 필리프 조르당(43)의 지휘로 5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려준다.
조르당은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빈 필하모닉과 소리로 따지면 우린 더 가볍고 투명하다”며 “우린 빈에서만 한 시즌에 약 100회 공연을 하는데 항상 만석이다. 빈에서는 우리가 클래식 음악을 대표하는 단체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빈 심포니는 117년 역사를 지녔다. 빈을 대표하는 무지크페라인, 콘체르트하우스, 오페라극장을 중심으로 관현악과 오페라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안톤 브루크너 교향곡 9번, 아놀드 쇤베르크 ‘구레의 노래’, 모리스 라벨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프란츠 슈미트 ‘일곱 봉인의 서’ 등을 세계 초연하기도 했다.
40대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조르당의 이력도 유서 깊은 악단을 이끌기에 부족함이 없다. 1994년 독일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울름시립극장에서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9년부터 파리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맡고 있고, 2020년부터 150년 전통의 빈 슈타츠오퍼를 이끌 차기 음악감독으로 내정됐다. 울름시립극장, 빈 심포니, 빈 슈타츠오퍼로 이어지는 그의 이력은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의 뒤를 따른다. 이 때문에 그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차기 수장인 키릴 페트렌코와 함께 앞으로 유럽 클래식계를 이끌 것으로 평가 받는다.
조르당은 “완전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오페라, 심포니 두 분야 모두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오페라는 피트에서 연주하며 성악가들을 도와주고 무대와 감독의 아이디어를 고려하면서 더 큰 그림의 일부가 돼야 합니다. 반면 콘서트에서는 온전히 우리 자신과 음악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경험 모두가 제게 소중하며 제 시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조르당은 스위스의 명 지휘자 아르맹 조르당(1932~2006)의 아들이기도 하다. 조르당은 “빈 심포니의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하고, 다채롭게 구성하고 싶다”고 말한다. 2014년부터 4번째 시즌을 이끌며 슈베르트와 베토벤부터 리게티, 쿠르탁 등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연주해 오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들려줄 선곡에 대해 “두 곡 모두 C단조이기 때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많은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클래식 대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베토벤 사이클 연주 반응이 매우 좋았고, 곧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도 발매된다”는 사실도 알렸다.
조르당과 빈 심포니는 서울에 이어, 6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월드오케스트라시리즈 폐막공연을 맡고 7일 대전에서 다시 한 번 연주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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