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라 속여 과징금 50% 깎은
‘성신양회’의 대리인 A변호사
공정위, 변협에 위법여부 의뢰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기업을 대리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을 고의적으로 누락해 과징금을 깎으려 한 대형 로펌 소속 전관변호사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공정위는 3일 시멘트 제조사 담합 사건에서 성신양회 대리인을 맡았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A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여부에 대한 검토와 후속 조치 등을 대한변호사협회에 의뢰했다. 공정위가 피심인(공정위 조사를 받는 대상자)의 대리인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변호사는 ‘공정위 전관’ 출신이다.
공정위는 2015년 12월 7개 시멘트 회사 제조사 담합 사건을 조사한 뒤 성신양회에 과징금 436억5,600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성신양회는 재무제표와 관련 규정을 토대로 3개년(2013~2015년) 가중평균 당기순이익이 적자라며 공정위에 과징금을 깎아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성신양회의 과징금을 50%나 깎아 218억2,800만원으로 재산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A변호사는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2015년 재무제표를 제출하면서 그런 사정을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법 제24조에 규정된 품위 유지 의무(변호사는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를 위반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후 공정위는 지난 2월 과징금 감경을 취소했다. 성신양회는 서울고법에 공정위 처분 무효 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0월 성신양회의 청구를 기각했다. 자칫했더라면 기만행위로 깎아준 과징금 수백억원을 못 받는 상황에 처할 뻔 했던 셈이다.
한편 과징금 200억원을 깎아주며 재무제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공정위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위 책임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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