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도 원조 15년간 계속 늘려
주변 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로 확대
아세안 국가 지원 축소와 대조적
미국, 미얀마ㆍ네팔 원조액도 증가세
개발자금 외교수단으로 활용
남아시아서 중국 일대일로에 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아시아 5개국 순방에서 역내에 ‘인도ㆍ태평양 전략’(인ㆍ태 전략)이라는 깜짝 숙제를 남겼다.
그가 공식 연설에서 기존의 ‘아시아ㆍ태평양’ 대신 인도ㆍ태평양을 수십 차례 언급하며 새로운 아시아 전략을 예고했으나 설익은 구상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인도양과 태평양에 걸쳐 대중 포위망을 형성하겠다는 의도 외엔 정확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애초 인ㆍ태 전략을 적극 주장한 일본은 이 전략의 거점으로 떠오른 남아시아 곳곳에 자신들의 구상에 대한 ‘힌트’를 남겨뒀다. 바로 공적개발원조(ODA) 성과다. ODA는 보조금, 차관 등 원조 중 무상지원 비율이 전체 25% 이상인 경우로, 개발 자금이 절실한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과의 외교 수단으로 주로 활용돼 왔다.
정확한 원조 추이를 확인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공하는 미일 양국의 2001~2015년 아시아(동남ㆍ남아시아 17개국) ODA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인ㆍ태 전략의 요체라 할 만한 일본의 아시아-아프리카 경제성장회랑(AAGC),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회랑(IPEC) 주요 거점에서 공통적으로 ODA 투입이 늘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일본은 15년간 인도 등 남아시아 지역에 ODA를 대폭 증액해 왔다. 인ㆍ태 지역 경제 대국이자 AAGC 공동 추진국인 인도의 경우 15년간 266억달러를 원조 받아 전체 일본발 ODA 1,282억500만달러 중 가장 많은 20.8%를 차지했다. 일본은 대인도 원조 규모를 꾸준히 늘리는 동시에, 그외 AAGC 거점 국가인 방글라데시ㆍ스리랑카ㆍ미얀마에도 점차 많은 원조를 보내고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2001~2003년 연간 평균 2억4,618만달러에서 2013~2015년 13억8,670만달러까지 급증했다. 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주요국인 인도네시아의 연간 수혜 금액은 같은 기간 절반 이하(42.6%)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이 같은 남아시아 ODA 증액이 정부의 철저한 전략 아래 진행됐다고 입을 모은다. 권율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아시아태평양본부장은 인도의 경우 “ODA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와 나렌드라 모디 정부 간 ’특별전략적 세계 동반자’ 관계에서도 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인도가 중국에 뒤쳐진 제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프라 투자(원조)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일본과 이해관계가 합치됐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일본은 2000년대 중반 인도ㆍ호주ㆍ뉴질랜드를 끌어들여 ‘아세안+6’를 추진할 때부터 인ㆍ태 전략 기반을 만들어 뒀다”며 “ODA와의 관계 격상이나 AAGC 추진 등은 모두 꾸준한 협력의 성과”라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 등 인근 수혜국도 ODA를 약속 받으며 인ㆍ태 전략에 동참하는 등 아베 정부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미국도 일본만큼은 아니더라도 인ㆍ태 전략을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씨앗’을 곳곳에 뿌려놓은 상태다. 전체 동남ㆍ남아시아(북한 포함 18개국) 원조 중 네번째로 비중이 큰 방글라데시의 연간 평균 수혜 금액이 15년 사이 2배 가량 늘어났으며 미얀마, 네팔 원조액의 상승세도 뚜렷하다. 3개국 모두 앞서 2014년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미 국무부가 “인도의 동진정책(Act East)과 함께 남아시아와 동남아를 잇는 경제회랑을 구축하겠다”며 발표한 IPEC 구상의 주요 국가다. 결국 미일이 공통적으로 인ㆍ태 전략과 관련 경제회랑 구상 발표 이전부터 주요 전략 지역에 원조를 투입해 신뢰 확보를 시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일 양국이 이토록 견제하는 중국은 어떨까. 지난 9월 미 윌리엄앤메리대학의 대외원조 조사기관 에이드데이터가 발표한 2000~2014년 중국발 원조 규모를 살펴보면, 남아시아에 속한 스리랑카(총 23억800만달러)의 전체 대비 비중이 높은 점 외에는 상당히 불규칙한 원조 패턴을 보였다. 이에 대해 권 본부장은 “중국은 통상적인 무상원조 방식보다는 무이자 차관, 대물상환 차관 등에 주력하고 있어 ODA 집계가 불명확할 수 있다”며 “미얀마나 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중국의 방식에 상당히 환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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