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ㆍ69)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퇴임 후에도 상무위원회에 참석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월 공산당 당대회에서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규율에 따라 모든 당내 역할에서 물러난 왕 전 상무위원이 최근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왕치산은 이 밖에도 퇴임 후 공식활동을 이어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와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 등 칭와대 경제관리학원 해외 자문위원들을 위한 환영 만찬을 주재했다.
이런 이유로 시 주석이 왕치산에게 다시 국가부주석 등 중책을 맡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민일보 산하 시사잡지인 ‘환구인물’이 왕치산의 과거 업적을 치켜세우는 글을 실은 것도 왕 전 상무위원을 재기용하기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SCMP는 소식통들의 말을 인용해 “왕 전 상무위원이 내년 4월 양회(兩會ㆍ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현재 공석인 국가부주석직에 임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에도 왕전(王震), 룽이런(榮毅仁) 등 정치국원이 아니지만 국가부주석을 맡은 사례가 있다.
지난 5년 간 반부패 드라이브를 이끌어온 왕 전 상무위원은 시 주석의 정적을 제거해 권력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하이 정치평론가 천다오인(陳道銀)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왕 전 상무위원의 재기용에 대해 “중국의 정치적 안정성과 연속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며 “의결권을 가진 의원은 아니지만 원로 또는 고문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베이징 정치평론가 장리판(章立凡)은 “왕치산의 재중용은 당원로들이 계속해서 강력한 정치 영향력을 행사했던 1980년대 원로정치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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