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수개월 내 교체” 기정사실화
대북 강성드라이브에 힘 실릴 전망
“사위 쿠슈너도 1년 채우고 나갈 듯”
끊임없이 사임설이 나돌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 1월께는 교체될 것이 유력해지고 있다. 후임에는 보수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거론되고 있어 대북 강성 드라이브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은 30일(현지시간) 조만간 틸러슨 장관이 폼페오 국장으로 교체될 것이란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대해 “이 시기에 인사 발표는 없다”며 “내각은 트럼프 행정부의 성공적인 1년을 완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부인하긴 했으나, 이전 교체설이 제기됐을 때와 달리 대통령이 틸러슨 장관을 신임한다는 언급은 내놓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틸러슨 장관이 남아있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렉스는 여기 있다”고만 짧게 답해 교체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미 언론들은 다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을 인용해 최소 수개월 안에 교체될 것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후임에는 폼페오 CIA 국장을 앉히고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을 CIA 국장에 임명하는 방안을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세웠다고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다수의 언론이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해, 후속 인사에서 변화의 여지는 남아 있다.
폼페오 국장과 코튼 의원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인 동시에 북한과 이란 문제 등에서 강경한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에 실제 이들로 새 외교안보 라인이 완성되면 매파 성향으로 확 기울 것이란 분석이 벌써부터 나온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기갑 장교로 걸프 전쟁에 참전한 군 출신인 폼페오 국장은 강경 보수주의의 티파티 소속으로 캔자스주 하원에서 4선에 성공한 뒤 트럼프 정부 들어 CIA 국장으로 발탁됐다. 그는 의정 활동 기간 이란 핵 합의나 기후변화 협정 등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을 가장 강하게 비판한 의원 중 한 명이었다. CIA 국장으로서 트럼프 대통령에 일일 정보보고를 하면서 강경 노선의 의견 제시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듬뿍 얻었다고 NYT는 전했다.
대북 문제에서도 폼페오 국장은 지난 7월 한 안보포럼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핵무기 통제권을 가진 인물”이라며 “중요한 것은 핵 능력과 핵 개발 의도가 있는 인물을 떼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는 것이냐’는 잇단 질문에 “꼭 그런 뜻은 아니다”거나 “당장의 임무는 아니다”면서도 “북한 주민들은 그가 사라지는 것을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김정은 축출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북핵 문제의 궁극적 해법을 정권 교체로 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는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등 ‘4NO’ 입장을 표방하며 북한을 대화 테이블에 앉히려고 시도해온 틸러슨 장관과 확연히 다른 접근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물론 강경한 대북 매파적 성향이 곧장 북한에 대한 군사타격으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도 대북 강경책을 주도하는 곳은 백악관으로서 군사타격은 여러 한계로 인해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국무부가 협상의 공간을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이 같은 여지 없이 새 안보팀은 길게는 정권교체까지 내다보며 북한 봉쇄에 전력 투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틸러슨 장관과 보조를 맞춰왔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의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WP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칼럼니스트는 이날 틸러슨ㆍ매티스 라인이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시켰으나, 트럼프ㆍ폼페오 조합으로 인해 무게 추가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평양과 테헤란은 걱정해야만 할 것이다. 새로운 팀은 타협을 위해 선별된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이날 틸러슨 뿐 아니라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과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내년 1월 집권 1주년에 즈음해 워싱턴을 떠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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