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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대통령은 무능… 부친 기념사업이나 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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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전 대통령은 무능… 부친 기념사업이나 했어야”

입력
2017.12.01 17: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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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달인’ 고건 전 총리

회고록 ‘공인의 길’ 발간

“공직생활 중 7번이나 사표

기록하는 것, 마지막 과제라 생각”

회고록을 출간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고록을 출간한 고건 전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건 전 국무총리가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오만, 불통, 무능… (대통령을) 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버지 기념사업이나 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드물게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회고하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고 전 총리는 1일 공개된 ‘고건 회고록: 공인의 길’에서 “박근혜를 검증 안 하고 대통령 후보로 뽑은 거 아니냐”며 “보수진영이 이기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진영 대결의 논리이고 결과다. 중도실용을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 전 총리는 “당사자(박 전 대통령)가 제일 큰 책임이 있겠지만, 그 사람을 뽑고 추동하며 진영 대결에 앞장선 사람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는 그러면서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10월 박 전 대통령 초청으로 사회원로 몇 명과 함께 청와대에서 회동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고 전 총리는 “이제부터 모든 것이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며 ‘성역 없는 수사’를 표명하고, 거국내각제나 책임총리제로 국정시스템을 혁신할 것을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건의를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여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몽돌과 나무받침대로 설명했다. 고 전 총리는 “(총리 지명을) 완강히 고사했는데 노 당선자가 ‘제가 몽돌처럼 생긴 돌이라면 총리는 그 돌을 잘 받치도록 나무받침대처럼 안정적인 사람이어야 짝이 잘 맞다’고 물러설 기색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드물게 사심이 없는 정치인”이라며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를 둔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1987년 6·10 민주항쟁 때 내무부 장관으로서 명동성당 전경 투입을 반대하며 박영수 당시 전두환 대통령 비서실장을 향해 “각하 잘 모시라”고 일갈한 일화도 처음 털어놨다. 전 전 대통령이 직접 고 전 총리에게 전화해 “해방구라는 거 알아. 빨리빨리 결정하지 말이야”라고 압박했지만, 고 전 총리는 “내가 주무 부처 장관인데 안 하면 그만이지”라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한다. 고 전 총리는 앞서 1980년 5·17 쿠데타 때는 청와대 정무수석으로서 신군부의 비상계엄령 전국확대 조치를 반대하면서 사표를 냈다. 1990년 노태우 대통령 시절 관선 서울시장을 할 때는 한보건설 수서택지 특혜 부여 지시를 거부하다 경질됐다.

고 전 총리는 지난달 30일 열린 회고록 출간 간담회에서 “나름의 소신을 지키려다 보니 7번 사표를 썼고, 청와대에 반기를 든 것도 4, 5번 된다”며 “어떤 때 공직에 나아가고, 또 어떤 때 자리를 내놨는지 기록을 남기는 게 공인으로서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30년간 공직에 있으며 김영삼·노무현 정부에서 각각 총리를 지낸 한국을 대표하는 정치·행정가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때는 63일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최연소(37세) 전남지사에 발탁되기도 했고, 민선·관선을 포함해 서울시장으로도 두 차례 일했다. 교통부·농림수산식품부·내무부 등 장관직도 세 차례 맡았다. 이동현 기자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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