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명성 제고 위해 주주권 적극 행사
대부분 기관투자자들도 도입 나설 듯
민간기업에 과도한 간섭 ‘新관치’ 우려도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즉 주주권 행사 모범 지침을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입한다. 국민들이 맡긴 노후자금 600조원 가량을 관리ㆍ운용하는 국민연금이 국민들을 대신해 투자하고 있는 기업들의 의사결정이나 지배구조 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투자 기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가치를 높여 기금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지만, 대기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간섭으로 신(新) 관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스튜어드십 코드는 미국, 영국 등 20여개 국가가 도입하고 있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 투자회사 가치 향상과 기금의 장기적 안정성 및 수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고 공식적으로 도입 방침을 밝혔다. 단, 박 장관은 “도입 시기는 빨라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충직한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들의 자산을 관리하기 위해 투자 기업을 상대로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한 지침을 말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로, 국내 증시의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이 도입하게 되면 의무적으로 뒤따라야 하는 위탁운용사는 물론이고 다른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등 대부분 기관투자자들도 잇따라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위원회에서 공개된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중간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투자대상회사 점검 시 기존 경영성과 등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경영, 사회책임경영, 기업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반영한다. 바람직한 기업지배구조를 규정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해 미흡할 경우 공개서한 발송 등 공개적인 영향력 행사까지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지배구조에 상당한 우려가 있는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사외이사와 감사 후보를 추천한다. 다만, 이러한 주주활동은 수탁자책임위원회(가칭)의 승인에 따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9월말 현재 612조원으로 삼성전자(지분율 9.71%), SK하이닉스(10.37%), 현대차(8.12%) 등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만 278개에 달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되면 이런 기업들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재계에서는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상장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금 사회주의’가 나타날 거라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도입하더라도 적용하는 범위와 대상은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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