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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은 보상도 못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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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들은 보상도 못 받나요?

입력
2017.12.0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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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성폭행 고소를 진행 중인 김모(22)씨는 자신에 대한 편견이 두렵다고 했다. 일상생활에서조차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김모씨는 “쇼핑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려고 재판 초기 때 가방을 산 적이 있었는데, 친구들마저 ‘너 이러고 돌아다닐 정신이 있냐’ 며 핀잔을 줬다”며 “그 후로는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자꾸 주변을 의식하게 된다” 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그릇된 편견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성폭력과 연관된 부정적인 시각 탓에 또 다른 피해를 겪고 있어서다.

10년 동안 친족 성추행을 당했다는 B모(24)씨는 어렵사리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데 왜 지금 멀쩡해? 거짓말 아니야?” 라는 대답이었다. B모씨는 “힘들게 이야기를 꺼낸 건데 그 말을 듣고 나서 마치 내 자신이 피해자로서 멀쩡하면 안 될 것 같아 그 이후로 오히려 불면증이 도졌다” 고 호소했다. 이어 B모씨는 “이러한 편견들 때문에 성폭행 피해자들이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고 본인의 여가 생활까지 즐기지 못한다는 건 피해자들의 기본권이 이중으로 침해되고 있다는 것” 이라고 토로했다.

성폭행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은 공적인 자리에서조차 이어진다. 지난해 11월부터 성폭력 재판 중인 H모(22)씨는 최근 즐겨 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조차 모두 닫았다. 변호사로부터 “성폭력 피해자가 밖에 돌아다닌다는 것이 드러나면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H모씨는 “재판에서 조금만 적극적으로 나가도 상대편 변호사에게 ‘혹시 남혐(남성혐오의 줄임 말)하냐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들었다” 며 “성폭행 피해자가 재판에서 이기려면 화장도 하면 안되고, 옷도 어설프게 입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게 답이란 이야기에 허탈했다”며 씁쓸해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인터넷 상에서도 시달리고 있다. 실제 성폭력 사건 기사에 달린 대부분의 댓글에선 “무조건 합의금을 요구하면 꽃뱀” 이란 내용이 허다하다.

성폭력 범죄 신고율이 낮은 것도 이런 피해의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전국 9,847가구를 대상으로 성폭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실제 발생한 성폭력 사건 가운데 강간 또는 강간 미수의 경우 신고율이 7.1%에 그쳤다. 또한 2016년 여성가족부 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 에서도 성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변한 비율이 2.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회적인 인식과 제도적인 개선과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들도 적극적인 의사 표시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강혜경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이 단순히 사건 자체에 대해서만 다룰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러 사회적 환경들이 고려돼 개정돼야 한다”며 “이외에도 여러 교육과 시민의식 개선을 통해 피해자가 본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고 강조했다. 유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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