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14년 12월 남극 킹조지섬에서 펭귄을 처음 봤다. 그리고 약 두 달의 번식 기간에 걸쳐 약 1만마리를 관찰하면서 이 중 40마리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했다. 그해 턱끈펭귄은 평균 11시간 동안 17㎞ 떨어진 곳까지 헤엄을 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 우연히 수족관에서 펭귄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94㎡ 수족관에 일본에서 수입된 젠투펭귄과 턱끈펭귄 10마리였다.
전 세계적으로 사육되는 펭귄 숫자는 대략 1만마리에 이른다. 하지만 동물원에 사는 펭귄들은 그리 안녕하지 못하다. 자연 상태에서 발병되지 않는 질환들이 많이 나타난다. 특히 습한 사육 시설에 갇혀 있는 펭귄들은 ‘범블풋(bumblefoot)‘이라고 부르는 궤양성 수두염을 자주 앓는다. 이 질환에 걸리면 발바닥에 염증이 생기면서 부어 오르는데, 증상이 심해져 뼈에 전이가 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한다.
2005년 대전동물원에서 구토를 동반한 식욕부진, 침울 등의 증상을 겪던 자카스펭귄이 폐사한 적이 있다. 원인 조사 결과 먹이인 열빙어에서 감염성 식중독균인 솔방울병 세균(Aeromonas hydrophilia)이 검출됐다. 이 균은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을 때 빠르게 증식한다.
동물원에 갇힌 펭귄은 아스퍼질루스증(Aspergillosis)이라는 곰팡이성 폐렴에 걸리기도 한다. 1964년부터 1988년까지 에든버러 동물원에서 태어난 젠투펭귄 새끼 중 14%가 이 질병으로 죽었다. 2013년 캐나다 캘거리 동물원에서는 14세 수컷 젠투펭귄이 폐렴에 감염돼 안락사 당했다.
펭귄이 동물원에 살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포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세기 중반 화약을 장착한 작살을 폭발시켜 고래를 잡는 노르웨이식 포경 방법이 개발되면서 포경이 북극해에서 남극해까지 확대됐다. 당시 포경선은 고래만 잡은 것이 아니다. 남극권에서 집단 번식하는 펭귄도 함께 잡았다. 추운 남극 환경에 적응한 펭귄은 체내에 지방질이 많아 기름을 얻을 수 있었다. 어떤 선원들은 펭귄을 산 채로 데려갔다.
포경업체 크리스찬 셀브센은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데려온 임금펭귄 3마리를 1913년 영국 에든버러 동물원 개장에 맞춰 기증했다. 동물원 펭귄 전시의 시작이었다. 임금펭귄의 인공번식이 가능하게 되면서 펭귄 숫자가 점점 늘었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들어 노르웨이식 포경을 배운 뒤 남극까지 포경을 확대하면서 노르웨이 포경선처럼 고래와 함께 펭귄까지 잡았다. 이후 도쿄 우에노 동물원은 1915년부터 훔볼트펭귄 전시를 시작했다. 지금 일본은 세계에서 펭귄을 가장 많이 사육하는 나라가 됐다.
펭귄이 처음 한국에 들어온 것은 언제였을까? 재일교포 아동문학가 김황이 일본 동물원 수족관협회 소책자에서 찾아낸 자료에 따르면 1941년 펭귄 사육 시설 목록에 경성 창경원 동물원이 있다. 현재 서울대공원, 에버랜드, 국립생태원 등 국내 10개 시설에 임금펭귄, 자카스펭귄, 훔볼트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이 살고 있다.
글ㆍ사진=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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