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증명서를 위조해 국내 프로농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사기행각이 드러나 영구 퇴출된 미국 농구선수가 소속팀에 거액을 물어주게 됐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 이상윤)는 하나은행이 첼시 리(28)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첼시 리는 하나은행에 7억4,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최근 판결했다.
첼시 리는 2015-2016시즌 해외동포 선수 자격으로 여자프로농구 구단인 부천 KEB하나은행에서 활약하면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은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면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부여해 국내 선수처럼 뛰게 한다. 첼시 리는 당시 할머니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며 해외동포 선수 자격을 취득했다.
첼시 리의 활약으로 하위권을 맴돌던 KEB하나은행은 정규리그를 2위로 마감했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대한농구협회와 대한체육회는 첼시 리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 특별귀화 추천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나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의 서류 검토 과정에서 위조 논란이 불거졌다. 첼시 리 본인과 부친의 출생증명서가 위조된 사실이 드러났고, 미국으로 건너간 첼시 리는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첼시 리와 에이전트 2명을 상대로 “연봉과 에이전트 지급비용을 반환하고 구단 피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첼시 리가 법원에서 소장을 전달받고도 어떤 의견도 내지 않자, 재판부는 첼시 리가 하나은행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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