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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편집 부문/문고본 바람, 대형출판사와 동네 책방 연계… 새로운 시도 돋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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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회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편집 부문/문고본 바람, 대형출판사와 동네 책방 연계… 새로운 시도 돋보여

입력
2017.12.01 04:4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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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부문’은 새로운 시도가 주목 받았다. ‘도서정가제’ 이후 유통 쪽에서는 동네책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면, 출판사 쪽에서는 편집과 기획의 힘을 보여주는 문고본 바람이 불었다는 대목이다. 1인 출판사 3곳이 뭉쳐 내놓은 ‘아무튼 문고’, 대형 출판사가 동네 책방과 연계한 ‘쏜살문고’, 처음 책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과의 만남과 확장을 염두에 둔 ‘소설의 첫 만남’ㆍ’어린이대학’ 같은 기획물들이 이런 책들에 속했다. ‘추사명품’ ‘한반도의 새’는 아주 새로운 시도는 아니지만, 하나의 주제를 가장 완성도 높게 잘 만들어낸 수작으로 꼽혔다. 가상의 인물 ‘청춘’을 통해 우리 시대 청춘들의 실태를 담은 ‘청춘의 가격’, 어쩌면 내밀한 개인 문제일 수 있는 이혼 문제를 다룬 ‘이혼일기’ 등은 사회문제에 다가가는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추사 명품

최완수 지음 · 현암사 발행

고증학을 새 시대 주도 이념으로 삼으려 했던 추사 김정희가 남긴 방대한 작품 세계를 깊이 있게 담아냈다. 최완수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루어낸 연구를 바탕으로 추사 작품 세계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서예가이면서 여러 분야의 학문과 예술에 박통한 고증학자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원색 도판으로 다뤘다. 작품의 원문과 번역문을 함께 실어 작품의 이해도를 높였고 추사가 작품에서 사용한 다양한 인장을 소개하는 획기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아무튼 문고

류은숙 등 지음 · 위고 등 발행

무엇 하나 끼어들 틈이 없는 팍팍한 삶 속에 던지는 질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싶지 않은 한 가지가 있나요?” 가성비로 소비를 결정하고, 장시간 노동으로 다른 것을 생각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에 오아시스 같은 한 가지. 생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는, 더욱 애호하는 한 가지를 책에 담아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뚜렷한 개성을 구축한 작가들이 함께 전하는 이야기. 세 출판사가 하나의 시리즈를 만드는 최초의 실험이자 유쾌한 공동 프로젝트로 변화하는 유통, 독서 환경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소설의 첫 만남

공선옥 등 지음 · 창비 발행

책과 점점 멀어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문학의 매력을 선사한다. 문학적으로 뛰어난 단편소설에 풍성한 일러스트를 더한 새로운 소설 읽기를 담아냈다. 청소년의 독서력 양극화가 나날이 심각해져 가는 상황에서 주도적으로 책 읽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독서력 세트, 마중물 세트, 표현력 세트로 구성된 시리즈는 독자로 하여금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독포자’(독서포기자)들에게 다시 한 번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 100쪽 이내의 짧은 분량, 매력적인 삽화를 통해 독자들이 부담 없이 문학 작품을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

소비의 역사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발행

‘소비’라는 행위를 통해 역사를 조명해본다. ‘사람’과 ‘일상’이 생생하게 드러나는 그 현장 속에서 ‘소비하는 인간’의 발자취를 담아냈다. 국내 역사학자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비’와 ‘역사’의 관계를 설혜심 교수가 최초로 파헤쳐본다. 근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기본적인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 소비와 더불어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상품이나 불매운동 같은 행위를 통해 저항과 해방 등 ‘소비’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탐구한다. 또한 시각적으로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200여 컷의 그림과 사진을 수록했다.

한반도의 새

송순창 지음 · 한길사 발행

우리에게 친숙한 참새, 까지 등 텃새에서부터 노랑부리저어새, 모고리도요 등 세계적 희귀종까지 다양한 야생조류를 만날 수 있는 도감이다. 송순창은 한반도에 도래‧서식‧번식하는 야생조류 18목 74과 540종의 생태정보를 집대성했다. 40여 년간 전국을 뛰어다니며 관찰하고 연구한 정보와 북한학자의 연구 성과까지 총망라한 ‘한반도 조류도감’은 생생한 현장 사진뿐 아니라 저자의 동생인 세밀화가 송순광이 그린 아름다운 세밀화가 함께 담겨있어 돋보인다.

어린이 대학

최재천 등 지음 · 창비 발행

생물, 역사, 물리, 경제 등 학문별로 어린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과 그 답변을 한 곳에 모았다.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직접 설문조사를 벌여 받은 질문들과 해당 학문을 평생 연구해온 석학의 답변으로 구성된 어린이 대학. 엉뚱해 보이지만 핵심을 꿰뚫는 어린이의 질문과 지식과 통찰을 담은 석학의 대답을 통해 각 학문의 기초를 이해하고 다양한 현상을 한층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 답변들이 어린이 수준에 맞춰 어렵지 않게 설명돼있어 어린이들의 지식탐구에 적합하다.

이혼일기

이서희 지음 · 아토포스 발행

저자 이서희는 실제 자신의 결혼과 이혼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제목은 ‘이혼일기’이지만, 사랑의 아픔만을 다루지 않는다. 사랑을 꿈꾸는 사람, 사랑을 시작해 진한 사랑을 이어가는 연인들을 향한 이야기, 이별의 기로에 놓인 사람들과 홀로 통증을 견디며 눈물 짓는 이들을 위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랑과 이별,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그녀가 느낀 이야기를 ‘사랑’이란 단어에 한번쯤 흔들렸을 모든 이들에게 전한다.

청춘의 가격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사계절 발행

청춘의 쓰디쓴 가격, 2017년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생활과 생존을 기록으로 담아냈다. 청춘들의 보이지 않는 삶을 여러 통계 자료와 보고서로 생생하게 드러냈다. 동시에 청년이 청춘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들을 스스로 쓴 ‘권리 선언’이기도 하다. 책에 수록된 39개의 도표는 청년 세대가 마주한 비정상적인 현실의 지표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런 팍팍한 현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여기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외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지식곰곰 지도그림책

김성은 등 지음 · 책읽는곰 발행

우리나라와 세계 여러 나라의 지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 그림책. 커다란 판형에 담긴 생생한 입체 지도로 우리 땅과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다. 기호를 해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실제 땅의 모습이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지도만 나와있지 않고,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돼 있어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에 매료된다. 수 차례 답사와 항공 지도 검색을 통해 장시간 집중적인 작업을 통해 탄생한 책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자부할 만한 지도그림책이다. 다채롭고 아름다운 지구촌 곳곳의 풍경을 실감나게 표현한 점이 돋보인다.

쏜살 문고

이지원 등 지음 · 민음사 발행

민음사 창립 50주년을 기념하여 독서 문화 저변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 새롭게 기획한 총서형 문고이다.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포괄하는 쏜살 문고는 한국에서 사라진 문고 문화를 중흥시키며 동네 서점과의 맞춤형 협업 등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힌 문고 출판의 새로운 기원으로서 한국 출판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포부를 담아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박혜인(중앙대 정치국제학과4)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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