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누에바(전 한화ㆍ왼쪽부터), 맨쉽(전 NC)/사진=OSEN
[한국스포츠경제 김정희] 매년 겨울이면 ‘파이어볼러’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강속구 투수가 비시즌 외국인 투수들 영입에서 가장 많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팬들도 구속 150km이 넘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 경외의 눈빛을 보낸다. 그러나 ‘속도=성공’ 공식이 항상 통하는 건 아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정통한 송재우(51) 해설위원은 “한국에서 외국인 투수들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현지에서 불펜으로 뛰던 선수들이 한국에서 한 시즌 선발 요원으로 변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한화가 야심 차게 영입한 도미니칸 메이저리거 비야누에바(34)도 미국에서 불펜으로 뛰던 투수다. 한화는 비야누에바를 150만 달러에 선발 요원으로 영입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 지난 25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빅리그에서도 수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 투수들이지만 한국 무대 도전은 쉽지 않았다. 비야누에바는 2006년 MLB 밀워키 브루어스에 입단해 토론토와 시카고 컵스, 세인트루이스, 샌디에이고를 거쳤다. 미국에서 통산 476경기에 등판해 51승 55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을 올렸다.
특히 최근 2년은 선발 등판 없이 불펜으로만 뛰었다. 올 시즌 한화 유니폼을 입고 KBO(한국야구위원회)리그에서 선발로 변신한 비야누에바는 20경기에서 112이닝을 소화하며 5승 7패 평균자책점 4.18을 남겼다.
송 위원은 “불펜 투수가 한 시즌 선발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다년간 불펜 피칭에 맞춰져 있던 몸 루틴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고 풀이했다.
무리가 따르면서 시즌 중 잦은 부상이 이들을 괴롭혔다. 개막 후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비야누에바는 지난 5월 말 왼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로 3주간 전력에서 이탈했다.
NC 맨쉽(32)도 불펜으로 뛰다 한국에서 정규 시즌 대부분을 선발 등판한 경우다. 2006년 MLB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데뷔해 콜로라도, 필라델피아를 거친 맨쉽은 지난해 클리블랜드 소속으로 월드시리즈에서 불펜 투수로 뛰었다. 빅리그 통산 157경기에서 선발 등판은 10경기에 그쳤고 최근 3년간은 선발 등판이 없다. 맨쉽은 올해 한국에 입성하며 선발로 변신했다. 21경기에 등판해 12승 4패 평균자책점 3.67의 준수한 성적을 남겼지만 전력을 다해야 하는 가을야구에서 부진했다. 지난 10월 두산과 플레이오프 1,2차전에 깜짝 불펜으로 등판한 맨쉽은 2차전에서는 6회 1,2루에 등판해 볼넷, 홈런을 연달아 허용해 패전투수가 됐다. 결국 지난 25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송 위원은 “스카우트들이 볼 때 불펜 피칭을 하는 선수가 짧은 이닝 동안 전력 투구를 하기 때문에 선발에 비해 구위가 좋다는 느낌을 쉽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카우트들도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시각을 바꿀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 진출 첫 해 풀어야 하는 숙제는 한국 적응이다. 송 위원은 “짧은 기간 동안 미국과 다른 한국 야구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투구 스타일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은 강속구 투구가 통하지만 한국은 무조건 강속구가 통하는 건 아니다. 느린 투구라도 섬세하고 컨트롤이 잘 되는 투구, 여기에 타자를 압도하는 능력이 골고루 갖춰진 투수를 팀에서 원한다”고 조언했다.
김정희 기자 chu4@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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