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 한달여 만에 해소
“2020년 1등 종합금융그룹 도약”
민영화 완성, 지주사 전환 숙제
행장 대행을 맡고 있는 손태승(58) 우리은행 글로벌부문장이 차기 우리은행장으로 낙점(본보 27일자 18면)됐다. 이종휘 전 우리은행장 이후 6년 만에 한일은행 출신 행장이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지난 2일 채용비리 의혹으로 이광구 행장이 사의 표명을 한 지 한달 여 만에 새 수장을 맞게 됐다. 내부(한일-상업) 갈등과 외부 풍파(채용비리 검찰 수사) 속에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온 점을 인정받은 셈이지만, 완전 민영화와 지주사 체제 전환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우리은행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30일 손 부문장과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인 최병길(64)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를 심층 면접한 뒤 손 부문장을 3년 임기의 차기 행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손 내정자는 이날 “고객이 만족하는 은행, 주주에게 보답하는 은행, 시장에서 신뢰받는 은행, 직원이 자부심을 갖는 은행을 만들어 2020년에는 대한민국 1등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식 선임은 12월 22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손 내정자는 광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성균관대 법학과 및 서울대 대학원(법학 석사)을 졸업하고 1987년 한일은행에 입행하면서 우리은행과 인연을 맺었다. 내부에서는 특정 계파에 줄서기보다 업무로 승부를 보는 ‘전략통’으로 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손 내정자가 글로벌 부문장을 맡은 2014년 말 이후 글로벌 지점(184→300개) 수가 116개나 늘었고 자산(146억→213억 달러)은 45%, 당기순이익(1억2,000→1억7,000달러)은 35% 증가했다”고 말했다. 보통 해외 전략은 ‘사무소→지점→법인전환’ 식으로 이뤄지는데, 손 내정자는 이런 천편일률적 방식에서 탈피해 아예 현지 저축은행을 인수(필리핀)하는 등의 국가별 차별화 전략을 통해 큰 성과를 거뒀다.
행장 대행을 하는 한 달 여 동안 직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필기시험 도입과 원스트라이크아웃제(무관용 징계)ㆍ절대평가식 경영평가 도입 등 100대 혁신안을 낸 것도 내부에서 호평을 받았다. 내부 발탁인 덕에 임직원은 물론 노동조합과 갈등이 없었다는 점도 강점이다.
하지만 손 내정자 앞에 놓인 숙제도 만만찮다. 정부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선 빠른 시일 내 18.52%의 정부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지주사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앞으로 임원 인사 때 계파 간 갈등이 없도록 적절한 배분을 하는 것도 손 내정자의 몫이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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