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마어마하게 큰 몸집, 털로 덮인 몸, 반인반수의 괴물.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히말라야 설인(雪人) ‘예티’의 모습이다.
어느 누구도 접근할 수 없는 히말라야 고지대에 산다는 설인 ‘예티’의 전설은 수백년 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며 그 정체성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예티’가 사람이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영국왕립학회보B 최신호에 실린 연구결과를 인용, “히말라야 설인의 정체는 곰”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설인으로 알려진 전설 속 동물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곰으로, 정확히는 아시아 흑곰, 티벳 불곰, 히말라야 불곰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책임자인 미국 뉴욕주립대 버팔로 캠퍼스 문리대 샬럿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설인의 생물학적 토대는 (미지의 존재가 아니라) 곰에 있다”며 “이들이 사람들에게 ‘야생설인’으로 오해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히말라야 설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전례 없이 풍부한 유전적 증거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연구팀은 설인의 것이라 알려진 뼈, 치아, 피부, 머리카락, 배설물 등의 샘플에서 유전 정보를 채취해 각 표본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를 완전하게 복원했고 이를 통해 히말라야 설인의 진화적 배경을 추적해냈다.
히말라야의 산악지대에서 발견된 설인 유전자에서 지리적으로 떨어진 곳에 서식하는 아시아 흑곰과 티벳 불곰의 연관성이 드러난 이유는, 이들이 유전적으로 매우 근접한 종이지만 65만년 전 빙하시대 때부터 서로 다른 지역으로 분리돼 살아왔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히말라야 설인’의 전설은 20세기 내내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었다. 영국인 군인이자 탐험가인 찰스 하워드-베리 중령은 1921년 에베레스트 산 근처를 여행하면서 쓴 책 ‘에베레스트 정찰, 1921년’에서 “맨발의 사람처럼 보이는 존재를 따라갔다”며 설인을 묘사했다. 그는 이 책에서 “눈 위에서 성큼성큼 걷는 큰 여우라 생각했는데, 세르파 가이드가 “‘인간과 곰의 모습을 한 설인(metoh-kangi)’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1950년대에는 두 탐험대가 설인을 찾으러 산에 올랐는데, 이때 설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과 모발 샘플을 발견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설인을 목격했다는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설인의 존재를 실제로 밝히고 증명해낸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 이에 대해 린드크비스트 교수는 “미확인동물의 존재에 대한 증거가 없음에도, 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믿음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을 것”이라며 “사람들은 신비한 이야기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권민지 인턴기자(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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