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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폭력 고발 사태, 언론계로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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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성폭력 고발 사태, 언론계로 확산

입력
2017.11.30 17: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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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C 앵커 라우어 등 4명 파면

29일 NBC 아침방송 '투데이' 진행자 서배너 거스리(오른쪽)가 이 프로그램의 간판 앵커 맷 라우어의 성추행 전력 고발 및 해고 소식을 전한 후 라우어의 자리에 임시로 투입된 동료 진행자 호다 콥을 끌어안아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29일 NBC 아침방송 '투데이' 진행자 서배너 거스리(오른쪽)가 이 프로그램의 간판 앵커 맷 라우어의 성추행 전력 고발 및 해고 소식을 전한 후 라우어의 자리에 임시로 투입된 동료 진행자 호다 콥을 끌어안아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피해 고발이 이번엔 언론계로 번졌다. 29일(현지시간) 하루 동안만 유명 진행자 맷 라우어를 포함해 4명이 파면됐다.

이날 NBC방송은 20여년간 아침 뉴스쇼 ‘투데이’의 진행을 맡아 온 라우어를 파면한다고 밝혔다. 앤드루 랙 NBC뉴스 사장은 “라우어가 2014년 러시아 소치 올림픽 취재 때부터 한 여성 동료를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왔다는 고발을 접수했고 29일 파면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주간잡지 버라이어티와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라우어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싼 취재 내용을 공개했고, NBC가 최소 2건의 추가 고발을 접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날 아침 ‘투데이’에서 라우어의 파면을 전한 공동진행자 서배너 거스리는 “오늘 내 오랜 친구인 라우어가 파면됐다는 소식을 전한다”면서도 “피해 사실을 고발한 동료의 용기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NBC가 간판스타의 성추문에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을 보였음에도 미국의 여론은 NBC가 그동안 여러 성폭력을 알고도 묵인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NBC는 성폭력 연쇄 폭로의 시발점이 된 ‘와인스틴 사건’ 보도를 위해 독립언론인 로넌 패로가 접근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가 결국 잡지 뉴요커에 역사적인 특종을 빼앗겼다. 또 2016년 대선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차별 태도를 드러낸 ‘액세스 할리우드’ 대기실 발언 녹음 역시 NBC 내부에서 일간지 워싱턴포스트로 새나간 바 있다.

라우어 외에도 이날만 3명의 남성 언론 관련자가 파면됐다.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의 데이비드 스위니 보도국장은 NPR 자체 조사 결과 3명의 하급 여성 직원에게 강제 키스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나 해고됐다. 지역방송 미네소타라디오(MPR)의 유명 진행자 게리슨 킬러도 여성의 허리에 손을 대 성추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해고됐다. 또 CNN방송은 2015년부터 주말보도방송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의 PD를 맡아 온 테디 데이비스를 역시 동료 여성 직원 3명의 성추행 고발을 받은 후 해고했다.

와인스틴 사건 이래 미국 언론이 성폭력 관련 취재ㆍ보도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언론계 유명인사들의 성추행 전력도 속속 드러나 직위에서 밀려나는 현상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CBS의 아침 뉴스방송 ‘디스 모닝’을 진행한 간판 앵커 찰리 로즈, NBC의 선임 정치분석가 마크 핼퍼린이 해고됐고,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16년부터 백악관 취재를 담당하던 글렌 트러시의 직무를 정지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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