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법’ 불리며 당초 취지 못살려
원점에서 처우 개선책 마련키로
시행 한달 앞… 국회 처리가 관건
6년 전 대학 시간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마련됐지만 ‘강사해고법’으로 불리는 등 강력한 저항에 부딪쳐 번번이 시행이 미뤄졌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이 결국 폐기 수순을 밟을 공산이 커졌다. 정부는 폐기 추진 방침을 밝히고 원점에서 다시 강사 처우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국회에서 폐기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아직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교육부는 30일 대학 및 강사단체 등 이해관계자 다수가 강사법 시행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법안 폐기를 위해 국회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강사법이 처음 국회에서 통과된 2011년 12월 이후 근 6년 만이다. 최은옥 대학정책관은 “정부가 지난 1월 보완하는 법을 내긴 했지만 대량 해고가 우려되는 등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단체들의 목소리였기 때문에 폐기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시간 강사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본격적으로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은 2010년 고용불안에 시달리던 조선대 시간강사 고(故) 서정민씨의 자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였다. 이듬해 12월 강사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시간 강사들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대량해고 사태를 부른다는 이유로, 대학 측은 과도한 재정 부담을 이유로 각각 반발하면서 법 시행이 3차례 연기됐다.
지난 1월 교육부는 강사법을 추가로 보완한 개정안을 내놨지만 논란은 가시지 않았다.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용 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기존 내용 외에 ▦임용기간 종료 시 당연 퇴직하고 ▦방송통신대 출석 강사 및 팀티칭(여러 강사가 한 강의 담당)ㆍ계절학기 수업ㆍ대체 강사 등에 대해서는 1년 미만 계약이 가능한 예외조항을 추가하고 ▦수업 외에 학생 지도ㆍ연구 업무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이 골자였다. 하지만 강사들은 원안보다도 더 대량 해고를 부르는 개악이라며 강력히 반발했고 결국 시행 한 달 가량을 앞둔 상태에서 접점 찾기에 실패한 정부가 폐기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관건은 국회가 폐기에 동참해 줄 것인지 여부다. 법을 폐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현재 만들어진 강사법의 내용을 무력화시키는 조항이 담긴 새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제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새 법안을 발의해 상임위를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가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교육부는 국회 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강사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후 폐기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채택해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최근 예산안 문제를 두고 자유한국당과 대립이 심해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 지 아직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실패한다면 예정대로 강사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날 교육부는 강사법 폐기 작업과 별개로 대학 및 강사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새로운 법안 마련을 포함해 시간 강사들의 처우 개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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