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경남 합천호에 40㎿ 규모의 수상 태양광발전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총 사업비는 1,019억 원으로 한전과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에셋대우가 투자하는 방식이다. 수상태양광은 저수지나 호수, 댐 수면에 설치해 민원발생이 덜하고, 신재생인증(REC) 가중치도 1.5로 높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수자원공사와 농어촌공사가 수상태양광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태양광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양적 확대만이 아니라 누가, 어떤 방식으로 태양광을 설치해 운영하고 수익을 갖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공유수면과 같은 공유재산을 공기업과 민간 기업이 독점해 수익을 모두 가져도 되는가. 합천호에 설치되는 태양광발전에 지역주민들은 왜 참여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가.
다른 사례도 있다. 전북 진안군 용담호에 20㎿ 규모의 수상태양광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진안군과 ‘주민참여형 용담댐 수상태양광 개발협약’을 체결했다. 총 사업비 570억원 중에서 약 20% 정도를 주민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여기서도 소유와 운영은 수자원공사가 하는데, 한발 더 나아가 태양광을 지역주민, 시민단체, 재단 등이 투자해 지역자산으로 공동운영하는 방식이 있다.
서울에너지공사 지붕에 올린 양천 햇빛공유발전소는 사업비 1억8,000만원 전액을 양천구민과 시민들이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마련했다. 돈을 모으는 데 걸린 시간은 55분. 투자자들은 연 7.5%, 양천구 주민은 추가로 0.5% 우대수익을 얻는다. 발전소는 양천구 마을공동체가 소유해 운영하면서 잉여수익은 공동체 기금으로 사용한다. 한전경기북부 지원본부와 루트에너지는 신포천변전소에 시민참여 크라우드 펀딩으로 벼락도끼 포천햇빛발전소를 만들었다. 벼락도끼는 비영리단체인 십년후연구소가 운영하면서 잉여수익을 활동자금으로 사용하는 포괄적 의미의 시민자산화 방식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20%를 목표로 하는 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 계획을 수립할 때 에너지 전환의 수익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지역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를 적극 도입해보자. 독일에 보급된 재생가능에너지 설비 63GW 중에서 32GW를 시민들이 투자했다. 금액으로 치면 90조원이다. 발전차액지원제도를 기반으로 하는 재생에너지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덴마크는 재생가능에너지 설비의 70%를 시민들이 투자했다.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때 지역주민이 적어도 20% 투자에 참여해야 발전사업을 허가하는 방식으로 시민참여를 제도화했다. 참여율이 높을수록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재생가능에너지가 사회·환경적 편익을 만들어낸다는 차원에서 투자 수익금에 세액공제를 해준다. 우리는 협동조합이나 크라우드 펀딩 수익의 27.5%를 세금으로 내고 있다.
전남 무안군은 지난 8월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응해 태양광 설치를 제한하는 ‘개발행위 허가 운영지침’을 폐지했다가 11월 설치제한 조례를 다시 만들었다. 운영지침 폐지 이후 3개월 만에 태양광발전사업 신청 1,000여건이 신청되면서 민원이 발생하고, 땅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지자체 이격 거리 규제완화로 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자체와 지역주민들이 태양광으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공유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입지를 둘러싼 민원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
태양광이 지역자산으로 자리 잡으면 전기를 판매한 수익을 시민들이 나누고, 지역사회 장학금이나 에너지 복지 지원비로 공유하는 다양한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따뜻한 햇볕이 지역과 시민들에게 온기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정책에 혁신적인 변화를 기대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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