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소문에 투기꾼 몰려
포항시 ‘지진 재개발 투기’ 비상
포항 지진으로 철거 판정을 받은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이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진 직후 8,500만원에 나왔던 공급면적 67.02㎡(27평형)의 아파트의 호가가 최근 9,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마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여 1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철거 판정을 받은 E동 60가구는 물론 40가구의 D동과 70가구의 F동도 500만원 더 붙여져 나오거나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기 위해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 하지만 D, E, F동은 사람이 살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는 진단에 따라 이 곳에 거주하는 170가구 대부분이 LH임대 아파트 등으로 강제 이주를 마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집 가격이 오르는 일이 벌어지자 일대 공인중개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포항 흥해읍 S부동산 관계자는 “재건축 재개발 소문에 투기꾼이 몰린다는 소문에 실제 적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문의 전화를 받았다”며 “지진 이전에 아파트를 내놨던 집주인들도 최근 500만원 더 올려 내라 하거나 더 고민해보겠다고 말해 우리도 당황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성아파트 매수에 나선 투기꾼들이 주민들이 피해 있는 대피소와 이주한 LH임대주택 주변까지 다니며 집주인에게 접근해 주택 매매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도 당혹스런 분위기다. 아파트 재개발사업은 기존 물건 가격이 오르면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 추진에 큰 방해가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문화재보호구역에 걸려 5층까지 밖에 못 짓는 대성아파트의 사업성을 높이려고 포항시와 경북도가 전담팀까지 꾸리는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엉뚱하게 투기꾼들이 설쳐 비상이 걸렸다“며 “돈벌이가 된다면 안전은 내팽개쳐도 좋다는 사회적 인식이 깔린 것 같아 씁쓸하다”고 전했다.
포항=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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