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발사한 장거리탄도미사일에 대해 ‘화성-15형’ 이라고 새롭게 명명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변화보다는 기존 화성-14형 미사일을 업그레이드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국정원은 “기존 화성 14형보다 고도와 속도가 개량된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화성-14형과 마찬가지로 2단 추진체를 사용했지만, 엔진 크기와 성능을 개량해 사거리를 늘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화성-14형이라고 밝힌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지난 7월 4일과 28일, 2차례 발사한 바 있다. 화성-14형은 액체 1단 추진체를 사용하는 중장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을 2단 추진체로 개량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로, 한 단계 ‘급’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성 15형은 화성 14형의 연장선상에 머무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2단 추진체 엔진 성능을 향상시켜 사거리 추력만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 북한은 최근 들어 미사일 엔진 성능 개량에 집중해왔다. 지난 3월 북한은 80tf(톤포스) 힘을 지닌 백두산 엔진의 지상연소 실험에 성공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1단 추진체 엔진을 개발한 것이다. 당시 김정은은 엔진 개발에 공헌한 과학자를 번쩍 업어 줄 정도로 기쁨을 표시한 바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통화에서 “미사일 1단은 화성-14형에 사용된 백두산 엔진을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2단 엔진은 신형으로 교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7월 28일 발사 당시 보조엔진 4개를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보조엔진을 6~8개로 묶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화성-15형의 2단 엔진이 액체형 또는 고체형인지도 관심이다. 액체형은 연료 주입 등의 과정이 필요해 바로 발사가 가능한 고체형보다 은밀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올해 들어 실시한 미사일 엔진 시험을 모두 액체형 엔진 시험장에서 한 것으로 봤을 때 액체엔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2단 엔진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이유로 고체형으로 개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화성-15형은 화성 14형보다 탄두 중량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동체 길이도 길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시험을 근거로 고각 발사가 아닌 정상각도 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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