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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스포츠영웅 차범근이 말한 아내와 김연아와 한국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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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번째 스포츠영웅 차범근이 말한 아내와 김연아와 한국 축구

입력
2017.11.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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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차범근(오른쪽)과 아내 오은미씨/사진=임민환 기자

“나는 주인공 역할만 하면서 살아왔다. 내가 받아야 할 많은 비난의 화살과 어려움들까지 나 대신 다 받은 아내에게 오늘은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빛낸 스포츠영웅으로 역대 10번째이자 축구인으로는 처음으로 뽑힌 차범근(64) 전 축구 대표팀 감독이 수상 소감 말미 아내를 향한 진심을 담은 감사의 인사를 이렇게 전했다. 이 순간 현장은 감동한 귀빈들로부터 박수가 절로 터져 나왔다.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차범근이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17년도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을 통해 대한체육회 명예의 전당에 공식 입성했다. 차범근은 그 동안 우리나라 축구발전에 지대한 공적을 남긴 점을 높게 평가받았다. 배순학 선정위원장은 “선진 축구 기술을 유소년에게 전수해준 활동을 높이 샀다”며 “선수 시절 뛰어난 경기력과 페어플레이로 동양의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스포츠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린 점도 감안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 차분한 모습으로 들어선 차범근은 “18살 때 받은 백상 신인상과 함께 가장 자랑스러운 상으로 기억하고 싶다”며 “축구 인생에 디딤돌과 마침돌이 돼 준 상으로 생각하겠다”고 규정했다.

“차범근 영웅은 한국 축구의 역사이자 전설”이라고 찬사한 이기흥(62)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헌액패를 받은 뒤 수상 소감전에 긴장한 듯 준비한 원고를 가져오기 위해 단상을 내려오기도 했던 차범근은 지난해 헌액자인 김연아(27ㆍ올댓스포츠) 이야기를 먼저 꺼내면서 딱딱한 분위기를 풀었다. 그는 “작년에 이런 상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고 운을 떼면서 “관심이 있어서 아내는 투표하라고 문자도 보냈는데 김연아 앞에서 가당치도 않은 얘기였다. 내가 투표를 했다면 나도 김연아를 찍었을 것”이라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찬호(47), 박세리(40) 같은 쟁쟁한 후배들 틈에서 관심을 받는 것은 즐거웠다. 한편으로 절대강자 김연아가 수상하고 나면 내년에는 내게 상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도 해봤다. 올해는 축구계의 사정이 편치 않았기 때문에 이런 준비가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비록 나이순으로 내 차례가 왔다 하더라도 이 상이 즐겁고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아내 오은미씨는 그가 지금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도운 커다란 조력자다. 차범근은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얘기하고 싶고 앞으로 이런 사명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데 운전대를 잘 잡아달라고 부탁을 드리겠다”면서 “축구와 한국 스포츠를 위해 당당한 모습으로 남은 시간을 살겠다”고 다짐했다. 기념사진 촬영에서는 옆에 선 아내에게 기습 뽀뽀를 선물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따로 만난 셋째 아들 차세찌(31)는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의미가 큰 상”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차범근은 이어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위기의 한국 축구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의 초청으로 30일 러시아에서 열릴 조 추첨 행사장으로 떠난다는 그는 “이른 감이 있으나 남미 쪽보다는 몇 나라를 빼면 그래도 유럽 쪽이 낫지 않겠나”고 언급하며 “내 경험으로 보면 감독도 그렇고 사람은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꾸 흔들리면 자신감을 잃게 된다. 지난 두 경기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놀라운 변화와 실력을 보여줬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면 기대 이상의 성적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다른 데로 빠지는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아줘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곧 창립 100주년을 맞는 대한체육회는 역경 속에서도 빛나는 열정과 뛰어난 기량으로 대한민국 스포츠의 명예를 드높이고 자긍심을 고취해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준 체육인을 국가적 자산으로 예우하기 위해 2011년부터 스포츠영웅을 선정해왔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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