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9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도발을 감행하면서 발사 시간을 전례 없이 이른 새벽인 3시 17분으로 택했다. 평안남도 평성 일대에서 미사일을 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전천후 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최근 발사 시간을 다양화하고 있지만 대기가 안정적인 오전 시간대를 택해왔다. 대체로 오전 5~7시 사이의 이른 아침 시간이 주였다. 최근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의 경우 8월과 9월 각각 오전 5시 57분과 오전 6시 57분 발사했다. 지난 7월 28일 오후 11시 41분쯤 ICBM급 화성-14형 2차 발사를 했을 때 정도가 예외로 꼽힌다.
북한이 새벽 도발을 택한 데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간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임의의 시간, 임의의 장소’를 거듭 강조해 왔다. 안정적 미사일 발사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일의 정보역량을 확인하려는 의도였다. 미국 동부 워싱턴DC를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워싱턴 시간 오후 1시 17분에 발사한 것은 미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중대보도를 통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의 발사 승인 서명에 “11월 29일 새벽에 단행”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화성-15형의 첫 발사 장소로 택한 평성 일대도 미사일을 쏜 전례가 없다. 평성은 평양에서 북쪽으로 불과 3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사방이 트인 개활지이기도 하다. 북한이 8월과 9월 IRBM 화성-12호의 발사 장소로 평양의 관문인 순안비행장을 택했던 것과 상황이 비슷하다. 국가정보원은 당시 순안비행장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 “엄청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인구가 밀집한 평양 인근에서 폭발 사고 등의 가능성이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것은 안정성을 과시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화성-15형 발사 성공은 이동식 발사대(TEL)를 통한 미사일 기습발사 능력을 과시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앞서 화성-14형 1ㆍ2차 발사 때도 발사체를 TEL에 탑재해 발사 장소로 옮긴 다음 지상 거치대에 세워 발사했다. 북한은 최근 강원도 원산ㆍ깃대령, 함경남도 선덕 등 해안지대를 벗어나 내륙으로 미사일 장소를 옮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1차례 미사일 발사 중 7차례가 내륙에서 이뤄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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