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기개선 지표 영향받아
어제 1080원 선 무너진 채 마감
2년7개월 만에 최저수준 기록
원화가치의 거침 없는 상승세(환율 하락)가 좀처럼 그치지 않고 있다. 29일 두달 반 만에 터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 환율은 1,080원선까지 뚫고 내려가 2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6원 떨어진 1,076.8원에 마감했다. 새벽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에도 전날보다 0.4원 내린 1,084.0원에 개장한 환율은 오후 들어 낙폭을 더욱 키워 종가 기준으로 2015년 4월 30일(1,072.4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그간 하락하던 환율이 상승 반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은 빗나갔다. 통상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역행할 만큼 최근 금융시장은 다른 요인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의 수 차례 무모한 도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금융시장과 신용등급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고 밝혔다.
최근 환율은 각종 경제 지표로 나타나는 경기 개선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3% 성장률 달성을 눈앞에 둔 가운데 전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2%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며 원화 매수 요인이 되는 외국인 자금 유입도 꾸준하다. 이달에만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을 1조원 가량 순매수하면서 원화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한국 경제를 짓눌렀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가 풀려가는 것도 우리 경제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에선 내년 상반기까지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85원까지 낮아질 걸로 예상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도 환율이 올해 4분기 평균 1,130원에서 내년 1분기와 2분기 각각 1,115원, 1095원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내년에도 수출 호조 속에 당분간 환율 하락이 이어지겠지만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위험선호가 낮아지면 상승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luden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