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방문 인천공항도 불투명
정작 현장 분위기는 싸늘한데
“전환심의위 89%” 성과만 강조
‘전환 과정에서 일부 갈등은 발생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29일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현장에서 확산한다’는 제목의 보도자료 중 일부입니다. 정부의 야심 찬 프로젝트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의 중간 성과 발표 격으로 내용만 보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고용부에 따르면 현재 전체 853개 대상기관(1단계 기준) 중 기간제 노동자 심의를 위한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를 꾸린 곳은 89.0%(743개소)이며, 파견ㆍ용역 근로자를 위한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를 갖춘 곳은 656곳 대상 기관 중 28.9%(190개소)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고용부는 총 153개소에서 기간제 1만6,068명, 파견ㆍ용역업체 노동자 2,580명이 전환 확정됐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대병원 등 5개 기관의 우수사례를 곁들였습니다.
그러나 고용부의 자찬과 달리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는 “원만하게 되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다”는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광화문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똑바로!’라는 주제의 행사를 열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 마사회 등 공공기관의 파견ㆍ용역업체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200여명이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정규직 전환 과정의 부당함을 성토하는 자리였습니다. 공공운수노조 경기지역본부의 김선종 마사회 과천분회장은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 노동자 구성인원을 정하는 등 비정규직들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도 당초 목표인 연내 정규직 전환이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열린 공청회에서는 전환을 반대하는 정규직 노조의 공세와 함께 전환 방법을 놓고 두 개의 컨설팅 결과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등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용부의 중간 성과도 당초 계획과 차이가 큽니다. 지난 7월 20일 가이드라인 발표 직후 배포된 설명자료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심의위 구성은 7월말, 노ㆍ사ㆍ전문가협의회는 8월 중순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재까지 확정된 전환 규모도 올해 목표로 밝힌 7만4,000명의 25.2%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는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서 성과 부풀리기에만 주력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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