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베어스 열혈팬으로 유명
틈나면 직관… 야구 칼럼 쓰기도
정운찬(70) 전 국무총리가 한국 프로야구의 새 수장으로 추대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9일 2017년 제4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 전 총리를 제22대 KBO 총재로 추천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총회를 통과하면 정 전 총리는 2018년 1월 1일부터 3년 동안 임기를 수행한다. 실질적인 총회를 열기는 어려워, 조만간 서면 결의 방식으로 의결할 계획인데 이미 만장일치로 의결돼 요식적인 절차만 남은 셈이다. 이로써 구단을 보유한 기업인이 아닌 외부 인사가 KBO 총재에 오르는 것은 유영구 전 명지학원 이사장 이후 6년 만이다. KBO는 2011년 5월 유 전 총재가 재단 비리로 물러난 뒤 이용일 총재 직무대행을 거쳐 2011년 8월부터 'LG 가(家)'의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총재를 맡아 지금까지 프로야구를 이끌었다. 구 총재는 임기는 채웠지만 최근 몇 년 간 KBO리그는 승부조작, 불법도박, 비위심판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이날 이사회에는 구 총재와 박한우 KIA 타이거즈 대표, 전풍 두산 베어스 대표, 김창락 롯데 자이언츠 대표, 이태일 NC 다이노스 대표, 류준열 SK 와이번스 대표, 신문범 LG 트윈스 대표, 최창복 넥센 히어로즈 대표, 김신연 한화 이글스 대표, 유태열 kt wiz 대표, 양해영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동환 대표는 구 총재에게 의결권을 위임했다.
정 전 총리는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마이애미 대학교에서 석사를,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에 모교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로 부임한 그는 2002년 제23대 서울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명박 정부인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는 40대 국무총리로 일했다. 짧은 1년 임기를 끝으로 물러난 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는 야구에 문외한인 정권의 실세나 유력 정치인 총재의 낙하산 인사로 야구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그러나 정 전 총리는 널리 알려진 야구광으로 바쁜 일정에도 야구장을 수시로 방문해 관람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특히 두산 베어스의 열혈팬으로 라디오 특별해설자로 나섰고, 2013년엔 한 매체에 포스트시즌 특별 칼럼을 썼을 만큼 야구에도 조예가 깊은 모습을 보여 일단 야구인들과 야구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올 시즌에도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2017시즌 개막전부터 찾아 관전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당시 두산 베어스의 팬으로도 유명한 마크 리퍼트 전 주한미국 대사를 만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10여년 전부터 정 전 총리는 KBO의 총재 자리가 빌 때마다 단골 하마평에 올랐다. 이처럼 야구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 마침내 10개 구단 대표가 만장일치로 정 전 총리에게 손을 내밀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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