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2~3차 조사결과 공개
톨루엔 등 4개 물질도 기준치 초과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 내 지하수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를 최대 672배 초과한 수준까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29일 한ㆍ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합동위원회의 합의에 따라 용산 미군기지 내ㆍ외부의 지하수 환경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항목은 총석유계탄화수소(TPH),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 등 총 5개 물질의 농도다.
환경부는 2001년 용산 미군기지 지하 기름탱크 균열로 인한 ‘녹사평역 유류유출사고’ 이후 기지 외곽에서 유류 오염이 계속 발견됨에 따라 2015년 5월과 지난해 1~2월, 8월 세 차례에 걸쳐 지하수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지난해 진행한 2, 3차 조사결과다.
벤젠은 기지 내부의 2차 조사지점 20곳 중 11곳, 3차 조사지점 25곳 중 16곳에서 기준치(0.015㎎/ℓ) 이상 검출됐다. 특히 8월 진행된 3차 조사지점 중 한 곳은 벤젠 농도가 기준치의 671.8배인 10.077㎎/ℓ에 이르기도 했으며 기지 외부에서도 기준치 470.1배 농도의 벤젠이 나왔다. THP는 기지 내부 조사에서 기준치와 비교해 최고 12.5배, 기지 밖에서는 최고 17.1배에 달했다. 기지 내부에서 톨루엔은 기준치(1㎎/L) 대비 최대 7.6배, 에틸벤젠(기준치 0.45㎎/L), 자일렌(기준치 0.75㎎/L)도 최대 6.4배, 13.1배 검출됐다.
이날 조사 결과 공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녹색연합 등 시민ㆍ환경단체들이 오염도 조사 결과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에서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데 따른 것이다. 1차 조사 결과는 지난 4월 공개했다.
하지만 여전히 원인 규명과 해법 도출은 요원하다. 서울시가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녹사평역 인근의 지하수를 정화하는데 4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유해물질은 꾸준히 검출되고 있다. 소송을 담당한 하주희 민변 변호사는 “지하수 오염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정화 비용이 어느 정도로 예상되는지 등 분석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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