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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SK '사회적기업가 MBA' 육성에 5년간 95억 지원... 졸업생 86%가 창업

입력
2017.11.29 04:4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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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봉제공장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터를 잡은 사회적기업 ‘OOO간(공공공간)’은 친환경 패션 브랜드 ‘제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창신동에서만 하루 22톤, 연간 8,000톤이나 나오는 천 조각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낭비 없는 디자인’을 고민했다. 쓰레기로 버려졌던 자투리 천으로 쿠션을 만들고, 조각 천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이도록 디자인한 ‘제로 웨이스트’ 셔츠 등을 제작했다. 가방, 바지, 원피스 등 ‘제로 웨이스트’ 제품으로 지난해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OOO간과 협업하는 지역 봉제공장은 79곳에 달한다.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만든 가방 겸용 앞치마는 해외에 수출도 한다.

#’지구마을 보부상’을 표방하는 공정무역 사회적기업 ‘어스맨’은 개발도상국의 식품, 패션, 리빙 제품을 국내에 판매한다. 세계적인 장수마을 히말라야 훈자 지역에서 자연 농법으로 재배한 건체리와 건살구를 국내 유통한다. 라오스에선 천연염료로 염색한 수공예 제품과 액세서리 등을 들여와 판매했는데, 팔찌와 귀고리는 베트남 전쟁 때 라오스에 떨어진 폭탄 파편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어스맨은 수익금 일부를 생산자와 마을 공동체에 기부해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들 사회적기업의 공통점은 창업자들이 모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수료한 기업인이란 점이다. OOO간의 홍성재, 신윤예 공동대표, 어스맨의 최희진 대표 모두 이곳 출신이다. 그 외 2,000개 이상의 국내 여행 콘텐츠와 100개 이상의 여행 코스를 중국어로 조회할 수 있는 여행 콘텐츠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의 임혜민 대표 역시 KAIST 사회적기업가 MBA 과정을 수료했다.

국내 사회혁신 기업가들의 산실이자 사관학교인 사회적기업가 MBA는 2013년 SK가 KAIST와 협력해 개설했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창업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14년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란 책을 발간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올해까지 이 과정에 95억원을 지원한 SK는 2021년까지 125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 총 220억원을 사회적기업가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SK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학생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재학 기간 창업을 목표로 과정을 이수한다. 때문에 교육과정도 철저하게 실용적이다. 잠재적 사업기회를 실제 창업을 위한 비즈니스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고, 사업모델의 타당성 검증과 제품 성능 평가, 시장 실험을 통해 창업 아이디어를 확장한다. 아울러 창업을 위한 투자 유치, 창업실행전략 등을 발전시켜 최종 사업계획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배출된 졸업생 중 86%가 창업에 성공했고, 지난해까지 11명의 졸업생이 총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SK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에서 나아가 사회적기업들이 수행하는 ‘착한 사업’의 사회적ㆍ혁신적 가치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지난해엔 44개 사회적기업에 27억3,000만원을, 올해는 93개 기업에 48억원의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홍성재 OOO간 공동대표는 “OOO간 활동이 점차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좀더 지역에 의미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은 욕심이 커져서 카이스트 사회적기업가 MBA에 입학하게 됐다”며 “MBA 경영수업과 실리콘밸리에서의 해외연수 등을 통해 비즈니스에 대한 인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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