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학자 전성인 교수 초빙
가감 없는 외부 평가 경청
임원 교체 이어 회의방식 변경
“최흥식표 개혁 신선” 평가
“금융감독원을 바라보는 외부시선이 얼마나 싸늘한지 여기 계신 임원분들이 누구보다 잘 아실 겁니다.”
28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대회의실에서 열린 ‘임원회의’에는 평소와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평소 거침없는 금융 현실 비판으로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얻은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가 등장해 금감원에 대한 외부 평가를 가감 없이 전했기 때문입니다. 채용비리 등에 연루되며 위상이 추락한 금감원이 신뢰를 되찾는 길은 금융시장 파수꾼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란 대목에선 임원 전원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A부원장보는 “평소에도 잘못을 과감히 비판하는 전 교수가 금감원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진단해줘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요즘 금감원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개혁’입니다. 각종 비위 행위가 드러나며 국민적 공분을 산 만큼 시쳇말로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이 팽배합니다. 이날 임원회의 역시 이런 개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취임한 최흥식 원장은 최근 ‘환골탈태’ 차원에서 금감원 역사상 처음으로 임원 13명을 전원 교체했습니다. 이어 임원회의 방식도 바꿨습니다. 임원들의 담당업무 보고와 원장의 지적이 회의의 대부분이던 패턴에서 벗어나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대폭 늘렸습니다. 첫 초청인사로 대표적인 진보학자 전성인 교수를 찍은 것도 최 원장이라고 합니다.
최 원장은 임원회의 날짜도 기존 월요일에서 화요일로 옮겼습니다. 월요일 회의 준비를 위해 임원부터 국장, 팀장급까지 100여명이 주말마다 출근하는 관행을 깨기 위한 조치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입니다.
금융권에선 이 같은 ‘최흥식표 개혁’이 나름 신선하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딱딱한 금감원의 조직문화도 민간 출신 원장 취임 후 외부와 적극 소통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하지만 국민 신뢰를 되찾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적지 않습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사실 개혁 방안을 만드는 것보다 더 어려운 건 이를 실천하는 것”이라며 “금감원 스스로 인내를 갖고 변화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줘야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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