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제정책에 ‘분배’는 있어도 ‘성장’은 없다는 우려가 만만찮다.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처음으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경제ㆍ사회 부총리가 주제 발표에 나서고, 청와대 참모진과 각 부처 장ㆍ차관, 여당 지도부 등 당ㆍ정ㆍ청 핵심 인사 120명이 참석한 초대형 회의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신산업, 신기술에 대한 규제 혁신이 필수”라며 “민간의 상상력을 낡은 규제와 관행이 발목 잡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는 거창한 모양새와 달리 시늉뿐인 행사라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정경제나 양극화 해소 정책은 전광석화처럼 등장해 추진됐다. 법인세와 부자소득세 인상안이 나왔고, 격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공무원 증원 예산안이 제출됐다. 최저임금을 16% 이상 높였고, 근로시간 단축도 가시권에 넣었다. 반면 뚜렷한 잠재력 하락조짐에도, 경제성장을 자극하고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정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혁신성장’은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경제’ 등과 함께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 4대 전략의 하나다. 나머지 3대 전략이 자유시장경제질서에 치중한 기존 경제정책의 방향을 트는 진보적 전략이라면, 혁신성장은 패러다임 전환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불가결한 전략이다. 각 부처별로 번듯한 청사진도 있다. 과기부의 ‘초연결 지능화 혁신방안’이나 중소기업벤처부의 ‘스마트공장 보급 및 확산’ 등 이날 회의에서 발표된 5개 부처 사업계획은 정부도 손 놓고 있는 게 아님을 보여 주었다.
그런데도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와 실력이 의심스러워지는 일이 잇따른다. 이달 발표한다던 ‘서비스산업 혁신전략’은 의사 수 확대 방안과 원격의료 사업 등 핵심 대책을 둘러싼 이해 갈등으로 발표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인터넷은행 등 핀테크 육성에 적극적이지만, 민주당 반대로 ‘은산분리 완화’는 헛돌고 있다. 심지어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선언과 달리 청와대는 거의 유사한 ‘규제프리존법’에 대해 국정철학과 맞지 않는다며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일본의 초스마트화 전략처럼 우리도 혁신성장에 대해 분명한 비전과 속도감을 보여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작 청와대와 정권 핵심부가 혁신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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