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작품은 기대작과 그것이 아닌 것으로 나뉘고, 충무로에서 기대작의 기준은 30~40대의 스타 남성 배우가 출연하느냐로 결정된다. 그들이 출연을 해야지만 투자가 결정될 정도. 하지만 스타배우를 기용한 작품이 언제나 성공하지도 않았으며 반대의 작품이 무조건 실패를 하라는 법도 없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가 최근엔 ‘범죄도시’였으며, 2013년엔 ‘끝까지 간다’가 있었다.
‘끝까지 간다’의 제작사인 AD406의 신작 ‘반드시 잡는다’는 백윤식과 성동일이라는 중년배우를 앞세운 영화다. 수많은 명작을 남긴 배우들이지만 중년배우들이 메인이 될 경우엔 쉽게 관객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한다. 하지만 비슷한 스토리에 비슷한 배우들이 충무로를 장악한 가운데 ‘반드시 잡는다’는 오랜만에 신선함을 불러일으킬 작품이다.
심덕수(백윤식 분)는 지방의 한 가난한 동네의 건물주로, 월세를 따박따박 받으러 다니는 꼬장꼬장한 할아버지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생각을 그대로 내뱉기 때문에 그는 동네 어디서나 환영 받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의 노인들이 한 명씩 죽음을 맞이한다. 동네 사람들은 희망이 없는 이들의 죽음이기에 자살이라 생각하고, 심덕수의 빚 독촉으로 자살했다고 믿는다. 이때 30년 전 연쇄 살인과 같은 방법의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전직 형사 평달(성동일 분)이 등장하고 심덕수는 평달과 함께 범인을 쫓기 시작한다.
‘반드시 잡는다’는 앞서 ‘공모자들’ ‘기술자들’을 연출했던 김홍선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더욱 섬세한 연출력을 선보인다. 디테일한 캐릭터 설명과 독특한 장소들, 여기에 어우러지는 음악까지 어느 하나 대충한 것이 없다. 어느 한 목표 지점으로 향해 가는데 어떤 억지스러움도 없으며 여러 번의 반전들도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라 충분히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다. 어느 정도 친절함을 가지고 있지만 상업영화의 미덕으로 볼 수 있으며, 과감한 인물 배치와 명쾌한 엔딩신까지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범인을 쫓는 스릴러 영화로만 보기에도 충분히 긴장감을 자아내는 영화이지만, 이 훌륭한 외피 안에 외면 받는 존재들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가 담겨 있어 더욱 의미를 더한다. 스릴러는 화끈하고 통쾌하며 가슴 깊숙이엔 따뜻함이 남게 된다. 뿐만 아니라 주인공들이 젊은 날의 회한까지 선보이면서 ‘어른들은 어떻게 살아왔나’ ‘저들은 왜 저렇게(이해되지 못하는 방법으로) 살아가나’ 등 세대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쾌하지만 유치하지 않고, 훈훈함이 있지만 억지 감동이 있진 않다. 다른 세대들이 스릴러를 통해 화합하는 과정은 ‘반드시 잡는다’가 가진 최고의 힘이다.
극의 대부분을 이끄는 건 백윤식이다. 그는 묵직함을 벗고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나 영화 ‘지구를 지켜라’ 때처럼 유쾌하면서 진심어린 연기를 선보인다. 겨우 작동하는 오토바이를 타고 용의자를 쫓아다니거나 허를 찌르는 그의 구두쇠 면모는 영화 내내 폭소케 하고, 몸을 사리지 않는 진흙탕 액션신은 처절함을 자아낸다.
그를 보조하는 성동일은 코믹 연기의 달인답게 그의 능력을 십분 살려 거침없는 언행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평범한 이웃 순경 조달환을 비롯해 배종옥과 천호진 등이 적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깊은 존재감을 선사한다. 오는 29일 개봉.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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