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빠져나가며 쇠락한 거리
상권 활성화 사업에도 한숨만
지난 22일 낮 2시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외국인 관광특구. 한때 2만여명의 미군들로 북적거렸지만 간혹 미군 2,3명만 눈에 띌 뿐 쇠락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동두천시가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 위해 추진한 공예공방들도 낮 시간인데도 대부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올해 5월 입주한 공방 대표 박모씨는 “대부분 공방들이 손님이 없다 보니 생계를 위해 외부 활동을 다니면서 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해 주었다. 동두천시가 하루 8시간 이상, 한 달 25일 이상 영업하도록 한 입주 가이드라인은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안쪽 골목엔 폐업한 상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40년째 양복점을 운영한 유모(62)씨는 “요새는 공치는 날이 더 많다”며 “시에서 예산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나아지질 않는다”고 푸념했다.
보산동 관광특구는 미2사단 캠프케이시 맞은편 경원선 보산역 뒷골목 200여m 거리에 조성된 미군 전용 상가지구이다. 1980~90년대 음식점, 클럽 등 400여 개 점포가 성업하며 가장 번화한 상권이었지만 미군 감축에 따라 지금은 급격히 쇠퇴했다.
동두천시가 미군감축이 본격화한 2015년부터 내국인 유치를 위한 상권 활성화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역부족이다. 시는 110억 원을 들여 빈 상점을 리모델링한 후 가죽ㆍ도예ㆍ금속 등 공예공방을 유치하는 디자인아트빌리지와 케이 록(K-Rock) 빌리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5월부터 입주 한 공예공방은 현재 29곳이다. 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6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달엔 관광클럽을 리모델링한 음악 창작 및 공연장인 ‘두드림 뮤직센터’를 개관했다.
이처럼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지만, 상권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시에 따르면 활성화 사업 1년 여 만인 올해 4월 전수 조사 결과 남은 점포 수는 223개에 불과했다. 이중 현재 150여 곳만 운영 중인데, 주말에만 문 여는 점포를 빼면 사실 절반은 개점 휴업상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만 명에 달하던 동두천 미군은 현재 6,000여 명에 불과한데, 이중 상당수도 2019년 말까지 평택으로 이전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60년간 미군 상권으로 물든 보산동을 단기간에 활성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 사실”이라며 “이색적인 거리 풍경을 보존하면서 내ㆍ외국인이 공존하는 특화거리로 육성하는 등 상권 살리기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