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철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철페’ 페이스북 캡처

고려대가 학내 한 여성주의 소모임에서 이달 말 개최 예정인 공개 강연을 앞두고 시끄럽다. 학내 철학과 여성주의 소모임인 ‘철페’(철학과의 페미니스트)가 이달 30일 교내에서 ‘고려대 강간문화 철페하기’(사진)란 주제로 공개 강연을 예고한 가운데 찬반양론이 뜨겁게 전개되면서다. 지난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내용은 고려대 재학생 커뮤니티인 ‘고파스’에도 게재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해당 내용에 대한 댓글은 현재 100개 이상이 달렸다.

철페에 따르면 대다수의 댓글은 “고려대에 강간문화가 어딨느냐”, “학교 명예훼손이다”, “왜 이런 세미나를 학생회 차원에서 제지하지 않느냐” 등 강연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이 대자보) 덕분에 몇만 명의 사람들이 고려대를 ‘강간대학교’라 부르고 있다”며 “여자들도 다 성폭행 당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돈다”고 철페 측을 비판했다.

철페 측도 ‘강간문화’에 대해 해명하면서 반박하고 나섰다. 철페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강간문화란 1970년대 미국 2세대 페미니스트들이 만들어낸 표현으로서 ‘강간이 만연한 환경, 미디어와 대중문화가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규범화하고 용인하는 환경’을 의미한다”며 “모든 사람이 강간을 문화처럼 향유한다는 게 아니라, 그 사회가 강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철페 측은 특히 지난 2월 공개된 여성가족부의 ‘2016년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55.2%는 ‘여자들이 조심하면 성폭력을 줄일 수 있다’고 답한 점을 지적, “성폭력 사건에 대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렇게 성폭력 사건 피해자가 입 다물게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강간문화’”라고 덧붙였다.

철페 측은 이어 “고려대 역시 이런 강간문화에서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며 “정대(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여러 성폭력 사건 고발 대자보가 붙었지만, 그렇게 용기 내어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힌 피해자들은 수많은 2차 피해를 감내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바로 강간문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간문화’란 단어에 거부감을 보인 일부 고대 재학생들은 이 문제를 학내가 아닌 온라인 상으로 확대시키고 있다. 한 고려대 재학생은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의 고려대 갤러리(게시판)에 “성폭행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가 왜 강간문화냐”며 “또 진짜 성폭행 피해를 당했으면 경찰서를 가야지 왜 대자보를 붙이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또 다른 고려대 재학생은 “’무슨 강간문화가 있나’라는 물음은 오히려 ‘강간문화’가 있음을 잘 말해주고 있는 듯 보인다”며 “철페의 공개 강연을 응원한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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