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검찰 조사에 업무 정지
국회의원 등 하마평 무성하지만
민감한 시기에 뜻 밝히기 어려워
게임산업 전체에 악영향 우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선뜻 회장을 하겠다고 나서겠습니까.” (e스포츠 업계 관계자)
국내 e스포츠 대회 개최를 지원하고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 게이머의 관리 등을 맡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파행 운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전병헌 명예회장과 사무총장, 사업국장 등 지도부가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업무가 사실상 ‘올스톱’ 상태인데다, 향후 협회 운영이 정상화하더라도 차기 회장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일부 정치권 인사들이 e스포츠협회 차기 회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평소 e스포츠 진흥 법안을 발의하는 등 게임 산업에 관심을 보였던 여야 국회의원과 다른 게임 관련 협회장을 지냈던 의원 등 하마평이 무성하다. 현직 의원은 협회장을 맡을 수는 없지만, 명예회장을 맡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협회는 명예회장이 있을 경우 회장을 따로 선임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예회장은 사실상 회장과 동등한 권한을 행사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e스포츠협회장은 젊은 층과 가까워질 수 있는 자리지만, 도전 의사가 있더라도 민감한 시기라 밝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신임 회장 선임과 관련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의 고위 관계자는 “아직 협회에 회장직을 맡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온 인사는 없다”며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협회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인데, 그 이후에야 신임 회장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스포츠협회 회장과 명예회장은 부회장사(삼성전자ㆍSK텔레콤ㆍKTㆍCJ E&M)에서 추천하면 이사회를 거쳐 선임된다. e스포츠협회장직은 2005년부터 SK텔레콤 사장이 관례적으로 맡아오다, 2013년 1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정치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취임했다. 이후 전 전 수석은 회장과 명예회장 자리를 오가다 지난 5월 정무수석에 선임되면서부터 명예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회장직은 최근 구속된 조모 사무총장이 대행해 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전 전 수석이 회장을 맡은 뒤 협회의 외연이 확장된 건 사실이지만, 업계에서는 다시 정치인이 협회장으로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라며 “협회 정상화라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만큼 게임업계에서도 적임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이나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게임업체 등은 어렵게 성장해 온 e스포츠 산업에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e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e스포츠 산업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기류 속에서도 기업들의 투자와 활성화 노력으로 830억원 규모(2016년 기준)까지 성장해 왔는데, 이번 논란으로 다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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